기초생활수급자인 안홍민(가명·66)씨는 자신이 사망하면 서울 구로동 자택을 구로희망복지재단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2주 전 공증까지 마쳤다. 시가 5000만원 상당의 이 집은 그가 가진 유일한 재산이다. 어려운 형편에 겨우 마련해 오랜 시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오다 “내가 죽고 나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선뜻 내놨다.
20대 때 공사장에서 일하다 추락해 뇌병변 3급 장애를 얻은 안씨는 거동이 불편하다. 외출하려면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야 한다. 그래도 예전엔 편치 않은 몸으로 재활용품을 수집해 근근이 돈을 벌었다.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2000년 무렵부턴 그마저도 하지 못해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이제는 뇌졸중 때문에 언제 쓰러질지도 알 수가 없다.
안씨는 몸이 조금이라도 성할 때 사후 기부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죽으면 이 집을 정부에서 알아서 처리해주기 바란다’는 유언장을 작성했다. 그러다 평소 안씨를 돕던 구로구청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소개로 구로희망복지재단에 기부키로 한 것이다.
안씨는 오래 전부터 이웃 사랑을 실천해왔다. 어두운 반지하방에서 전등도 켜지 않고 지내며 모은 돈을 매년 이웃돕기 성금으로 냈다. 평소엔 재활용품 팔아 번 돈을 수시로 동사무소에 기부했다. 어려운 이웃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밥을 사주거나 현금을 쥐어줘 동네에서 유명인사로 통한다.
안씨는 2일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밥 한 숟갈 덜 먹어도 배고픈 사람에게 나눠주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일을 실천에 옮긴 그는 “묵은 숙제를 한 기분이라 마음이 편하다”며 “익명으로 1억원씩 구세군 냄비에 기부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