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부사장에 권재홍, 보도본부장에 이진숙 임명…노조 “최악의 인사”

MBC 부사장에 권재홍, 보도본부장에 이진숙 임명…노조 “최악의 인사”

기사승인 2014-03-06 19:53:00
[쿠키 미디어] 문화방송은 6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부사장에 권재홍 보도본부장, 경영기획본부장에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편성제작본부장에 김철진 콘텐츠협력국 국장을 선임했다. 보도본부장에는 이진숙 보도국 워싱턴지사장, 드라마본부장에는 장근수 글로벌사업본부 특임국장이 이름을 올렸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능력과 책임감을 우선 고려한다는 원칙에 따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경영진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인물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권재홍 신임 부사장은 1981년 MBC에 입사해 보도국 경제부장, 워싱턴 특파원, ‘뉴스데스크’ 앵커, 보도본부장 등을 지냈다. 이진숙 보도본부장은 보도국 국제부장, 워싱턴 특파원, 홍보국장, 기획홍보본부장 등을 역임했고, 지난달 MBC 사장 공모에 지원한 경력이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곧바로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인정할 수 없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조는 “김재철 체제의 부활”이라며 “세간의 조롱거리가 됐던 장본인이 부사장으로, 선후배 동료 기자들로부터 제명을 당한 인물이 보도본부장에 임명된 것은 기자 양심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아래는 노조 성명

듣는 귀가 의심스럽고, 보는 눈을 믿을 수 없는 참담한 소식이다. 안광한 사장은 그에게 주어진 막중한 3년 임기의 첫 단추를 어처구니없는 인선으로 꿰고 말았다. 그것도 일부 방문진 이사들이 퇴장한 가운데 이뤄진 ‘거수기 표결’로 김재철 키드들을 기어이 전면에 배치하고야 말았다. 내용과 절차 모두 정당성을 상실한 것은 물론 사장 이름만 바뀐 김재철 체제의 완벽한 부활에 다름 아니다. 새로 선임된 본부장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고, 썩은 흙으로 만든 담장은 손질할 수 없다”는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최악의 인사다.

이른바 ‘허리우드 액션’의 당사자 권재홍 전 보도본부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파업 와중에 대화를 요구하는 후배 기자들을 폭도로 몰아세우고, 해고와 중징계의 칼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신체적 충격을 입었다’는 거짓말로 소중한 전파를 낭비했다가 그 스스로 세간의 조롱거리가 됐음은 물론 MBC의 품격까지 땅에 떨어뜨린 인물이 사장의 최측근 인사가 된 것이다.

보도부문의 앞날도 암담하다. 공정과 상식, 합리와 자율의 가치를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난 노조의 저항에 ‘정치파업’이라는 저열한 진영논리의 프레임을 덮어씌우고, 편파와 비리로 얼룩진 김재철 체제가 결백하다고 억지 주장을 일삼던 부역 선동가 이진숙이 결국 본부장에 앉았다. 선후배 동료 기자들로부터 ‘제명’까지 당한 인물을 보도본부장에 임명한 건 기자 양심에 대한 선전포고가 아니고 무엇인가.

김철진 편성제작본부장 역시 MBC의 공정성과 경쟁력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김재철의 또 다른 얼굴이다. 부장 시절 ‘MB 무릎기도 사건’ ‘남북경협 중단’ 아이템을 중단시키면서 의 잔혹사를 개시했고, PD들의 취재수첩과 책상을 뒤지던 민망한 순간이 CCTV로 공개돼 망신을 샀던 장본인이다. 또,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노출한 건으로 방송통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일류 콘텐츠를 지향한다면서 이런 편파와 무능의 대명사격인 인사를 발탁하는 회사의 안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상식과 합리의 가치가 무너진 조직에서 의욕과 사기가 땅에 떨어진 구성원들에게 다시 한 번 절망과 치욕을 던져주는 이름들이다. MBC의 봄은커녕 또 한 번 모든 것이 얼어붙을 춥고 어두운 겨울이 우려되는 이름들이다. 도대체 MBC를 어떤 길로 이끌 생각인가. 이들이 MBC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기에 얼마나 부적절한 인사인지 일일이 열거하기엔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안광한 사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노동조합과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놓겠다. 근로 조건 개선은 물론 공정 방송을 위한 사규 준수 논의의 장도 항상 열어 놓겠다”는 취임사는 단 일푼의 진정성이라도 담겨 있던 말인가. 어찌 이런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해 놓고 대화를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웃는 얼굴로 칼을 들이대고 협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조합은 안광한 사장 선임 당시부터 김재철 체제로의 퇴행에 대한 우려를 수차례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안광한 사장은 ‘도로 김재철’이라는 악수(惡手)를 두고야 말았다. 특히 사장 자리를 두고 경쟁한 이진숙을 보도본부장에 앉힌 건 방문진의 집요한 요구에 스스로 굴복한 결과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우리는 이진숙을 중용하라는 방문진의 지속적인 압력이 있었음을 듣고 있었다. 전임 김종국 사장은 첫 인사까지 20일을 허비하며 결국 방문진의 입김을 극복하지 못한 채 식물사장으로 퇴장하고 말았다. 어차피 잔여 임기를 채운 김종국 사장이야 그렇다 쳐도, MBC의 3년 임기를 보장받은 안광한 사장이 출발부터 방문진에 휘둘리는 건 무엇 때문인가. MBC를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 아닌가. 그 스스로 김재철 체제의 부역자로서 태생적인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닌가.

이제는 분명해졌다. 안광한 사장은 MBC를 되살리는 길, 공정성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길, 그래서 ‘1등 DNA’를 되찾는 길을 버렸다. MBC 구성원들의 가슴에 커다란 대못을 박은 불구대천의 이름들을 우리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증오와 보복의 광풍이 몰아치더라도 우리는 김재철 체제로의 퇴행을 온 몸으로 막을 것이다. 그리고, 망가진 MBC의 위상을 되찾는 길을 우리가 앞장 서 걸어갈 것이다. 단체협약 복원, 해고자 복직, 공정성 회복의 깃발 아래 우리는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대오를 굳건히 할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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