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SK텔레콤 고객이라면 신경 껴두셔도 좋습니다.”
최근 SK텔레콤이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광고 문구다. SK텔레콤이 국내 1위 이동통신업체라는 우월함을 강조한 이 문구를 ‘개인정보 유출’과 연관지어 사용했다가 논란을 자초했다.
SK텔레콤은 7일 공식 트위터에 “내 개인정보는 안전한지, 걱정 많으시죠? SK텔레콤 고객이라면 신경 꺼두셔도 좋습니다. 누구보다 안전하게 지켜드리고 있으니까요”라며 지난 1월 자사의 보안 시스템을 설명한 블로그 글의 주소를 올렸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SK텔레콤이 이날 이같은 글을 올린 건 경쟁사인 KT를 겨냥한 것이 자명하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날인 6일 해킹으로 KT 고객센터 홈페이지(올레닷컴)에서 1200만 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전했다.
얼핏 보면 최근의 광고 문구를 활용한 SK텔레콤의 ‘센스’로 볼 수 있지만 네티즌들의 시선이 그저 곱지만은 못하다. 같은 SK그룹 계열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네이트, 싸이월드)에서 무려 3500만 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됐던 것이 불과 3년 전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20건에 가까운 집단소송을 불러일으켰고 이 중 일부는 여전히 진행 중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언제나 보안보다 해킹기법의 발전 속도가 더 빠르다고 입을 모은다. 개인정보 유출은 ‘우린 무조건 안 일어난다’고 확신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발생하면 언제든 신분도용으로 인한 여러 무서운 결과로 낳을 수 있다. 이번 KT 사건만 해도 해킹한 측이 취한 부당수익이 115억 원에 이르고, 이는 곧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고객들의 피해다. 이런 와중에 경쟁사의 대형 사고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광고 문구를 이용한 희화화된 방식으로 고객에 어필하려 한다는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수 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네이트 기억 안 나세요?” “네이트는 KT였나요” “착 약삭빠르다”라는 등의 멘션을 달고 있다. 반대로 “SK텔레콤에 SK커뮤니케이션즈 사건을 적용시킬 필요까지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해당 멘션은 회사 트위터 관리 담당자가 전날 KT 사고로 고객들의 보안 관련 문의가 쇄도하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판단해 올린 것”이라며 “현재는 삭제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