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맞은 '남재준 국정원'… 대북 강공 드라이브

위기맞은 '남재준 국정원'… 대북 강공 드라이브

기사승인 2014-03-09 01:51:00
[쿠키 정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에 가담했던 탈북자 출신 협조자의 자살시도 및 유서로 국가정보원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 협조자가 국정원발(發) 공안수사의 문제점을 폭로하면서 남재준 원장의 ‘대북(對北)안보 강공 드라이브’에 급브레이크가 걸리는 양상이다.

남 원장은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기존 국정원 조직을 완전히 개편해 ‘대북 정보 전담’ 체제를 탄생시켰다. 그는 해외·국내·대북 등 담당지역별 역할분담 시스템을 해체한 뒤 국정원 업무의 핵심 초점을 북한에 맞췄다. 1·2차장 산하는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를, 3차장 관할은 테킨트(TECHINT·기술적 정보)를 맞는 식의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 뒤 ‘남재준 국정원’은 잇따라 대형 공안사건을 터뜨렸다.

지난해 터졌던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이 대표적이다. 현직 국회의원이 북한을 위해 공공기관 폭파까지 모의한 전모가 국정원에 의해 발표하자 우리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고 종북 논란도 확산됐다. 국회를 중심으로 국정원 개혁 논란이 한창인 상황에서 제대로 ‘한 건’ 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간첩사건의 경우 여러모로 무리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곧바로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국정원에 1960~1980년대 중앙정보부 시절을 연상케 하는 무리한 공안수사 관행이 남아있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마치 인혁당 사건처럼 관련 증거까지 조작해 간첩단 사건을 일으키려 했다는 것이다. 정보기관 업무 특성상 도청·위장·역이용 등 각종 정보수집 활동이 불가피하게 이용될 수 있다고 해도, 국가반역이나 다름없는 중범죄 혐의를 덮어씌우기 위해 증거를 위조했다면 결코 용인받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명 ‘김 사장’이란 국정원 요원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을 남 원장 중심의 안보 드라이브가 빚어낸 ‘불순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원내 대북 담당 각종 조직들이 서로 경쟁하듯 공안 ‘실적’을 내는데 혈안이 돼 있었고, 이 과정에서 일개 단서가 간첩 증거로 둔갑됐다는 추측이다.

남 원장과 국정원은 2012년 대선 개입의혹 사건을 이전 정부 탓으로 돌리는데 성공했지만, 이번엔 야당의 예봉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벌써 야권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국정원 개혁 문제를 다시 꺼내 “국내정치 개입 금지 뿐 아니라 대공수사권도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 때는 관료 출신이, 지금은 군 출신이 (국정원을) 다 해먹고 있다”면서 “대공수사팀이 정보수집과 수사를 같이 하니 견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반드시 대공수사권 이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광온 대변인은 “국정원이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라며 “개혁돼야 할 부분이 또 노출됐지만, (국정원) 스스로 개혁할 힘이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전날 김정현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남 원장 해임은 두말할 나위 없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정보기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국정원이 지나치게 내부 검증보다 현장 위주로 돌아가게 된 것 같다”며 “물불 안 가리는 현장요원들만 중심이 되면 무리한 수사나 정보공작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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