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은 8일(현지시간) 크림자치공화국에서 중무장한 군인들이 탑승한 트럭 수십 대가 이동하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이 트럭들은 이날 오후 페오도시아 서쪽 40㎞지점에서 수도 심페로폴 인근의 한 공군부대로 들어갔다. 이와 별도로 크림자치공화국 주둔 우크라이나 군 대변인인 블라디스라브 셀레즈뇨프는 “군용 수륙양용 선박들이 케르치해협을 건너와 군용차량 200대 정도를 크림자치공화국에 상륙시켰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장비나 복장에 ‘러시아’라는 표식은 없었지만 그들이 어느 편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러시아가 군 병력을 증원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미국이 발틱 3국에 전투기를 추가 배치하는 등 압박을 가하는 것에 대한 반발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러시아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러시아 언론에 보낸 성명에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근거없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미국과 합의한 핵무기 등 무기 감축 프로그램을 중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등과 차례로 전화 통화를 했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틱 3국 정상과도 처음으로 전화 회의를 가졌다. 올랑드 대통령은 통화 직후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긴장상태를 완화하지 않으면 ‘새로운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서방이 러시아의 상상을 뛰어넘는 초강력 제재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크렘린의 납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러시아가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무력 개입하는 것은 1930년대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폈던 논리와 같다”며 “이를 묵인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발틱 국가까지도 개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산동결, 무기 금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금지 조치 등을 예로 들었다. 이를 위해 미국이 에너지 수출 규제를 풀어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춰야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