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11일 경남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롯데의 경기에서 ‘부정위타자’가 연거푸 2번이나 나왔다.
부정위타자란 자신의 타순이 아닌 다른 선수의 타순 때 타석에 선 타자를 뜻한다. 프로야구에서는 보기 드문 실수지만 두산과 롯데의 시범경기에서는 2번이나 나왔다.
사건은 두산의 6회말 수비에서 시작됐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1번 우익수 민병헌을 빼고 1루수 오재일, 4번 1루수 칸투를 빼고 우익수 박건우를 넣는 선수교체를 동시에 했다. 1번 타자가 오재일, 4번 타자가 박건우가 됐다. 상식적으로 민병헌 자리에 박건우, 칸투 자리에 오재일이 들어가야 할 상황이기에 납득이 어려운 교체였지만 두산은 “오재일을 1번으로 넣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8회 초 1사 1루서 1번 타순이 돌아왔다. 하지만 자신이 민병헌과 교체된 줄 알았던 박건우가 등장하면서 부정위타자가 됐다. 롯데의 어필 없이 경기는 진행됐고 박건우는 삼진을 당했다. 1루 주자 장승현이 견제사하며 이닝이 종료됐다.
야구 규정상 부정위타자는 상대 더그아웃 어필로만 인정된다. 만약 어필이 없고 해당 타자의 다음 타순 타자가 초구를 상대했다면 정위타자가 된다. 박건우가 타격을 종료했기 때문에 그 다음 타자는 5번 홍성흔이 돼야한다.
그런데 두산은 그 다음타자로 2번 최주환을 내보내며 또 한명의 부정위타자를 만들어냈다. 이에 대해 두산은 부정위타자에 대해 “송재박 수석코치가 구심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2번 최주환부터 나가면 된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김태선 기록원은 “송 수석이 구심에게 물은 것은 사실이나 ‘우리는 가르쳐줄 수 없다’고 답했다”며 “우리가 부정위타자를 또 만들라고 지시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규정상 기록원이나 심판은 부정위타자에 대해 알릴 수 없다.
롯데의 어필은 없었지만 할 필요도 없었다. 부정위타자가 출루를 했다면 그 다음 타석에 어필을 하면 자동 아웃처리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는 9회초 두산 공격 때 부정위타자를 알아차렸지만 박건우가 삼진으로 타석을 마무리해 어필하지 않았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나 나왔던 부정위타자 사건이 발생한 건 시범경기 특성상 선수 교체가 잦다는 점과 2군 구장인 상동구장 전광판에는 라인업 표시가 안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롯데는 사직구장 전광판 교체 등 공사 중이기 때문에 시범경기를 상동에서 치르고 있다. 상동구장 전광판은 볼카운트와 스코어 아웃 실책 등만 표시되고 라인업은 표시 안 된다.
김 기록원은 “20년 이상 기록원을 했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발생한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동필 기자 mymedia0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