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 도봉구 A사회복지법인을 직권 조사해 이사장 B씨 등 직원 5명을 상해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서울시장에게 A법인의 이사진 전원을 해임하고 보조금을 환수토록 권고했다. 서울시교육감과 도봉구청장에게는 A법인이 운영하는 특수학교에 대한 특별감사와 장애인 시설에 대한 행정조치 및 재발방지책 수립을 주문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시설에 머문 장애인들은 교사 등으로부터 수십 차례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다. 인권위는 생활지도교사 C씨가 2011년 12월 침대에 누워 있는 지적장애 1급 수용자에게 욕을 하며 발로 15차례 짓밟아 고관절을 부러뜨렸다고 밝혔다. 밥을 먹으러 가지 않는다거나 새벽에 잠을 자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고 한다. 인권위 관계자는 “C씨가 ‘밥이 아깝다’며 식사를 못하게 하는 등 장애인 9명을 몽둥이 등으로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당시 부원장이던 D씨도 철제 자로 장애인 9명의 손바닥과 발바닥 등을 10∼20회씩 상습적으로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손에 상처가 나고 부어오르면 찬물에 30분 정도 담그도록 했다. 폭행을 할 때마다 이씨는 자기 손이 다치지 않도록 빨간 고무장갑을 착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1967년 설립된 이 법인은 장애인 거주시설 두 곳과 보호작업장, 특수학교, 주간보호시설 등 5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80억여원의 국가보조금을 받는다. 등록된 장애인은 모두 290명이며 이 중 101명이 A법인 시설에 거주하고 있다. 구타 및 가혹행위 사실이 드러난 곳은 거주시설 두 곳 중 한 곳으로 10대 지적장애인 등 모두 67명이 생활하고 있다.
A법인이 이 시설을 ‘가족 기업’처럼 운영하며 수시로 자금을 빼돌린 정황도 포착됐다. 인권위는 법인 직원들이 수용자들에게 지급된 장애수당 2000여만원으로 세 차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밝혔다. 장애인들에게 싸구려 옷을 주면서 고급 제품을 지급한 양 꾸며 돈을 빼돌리고 원장 개인 옷을 구입하는 데 쓴 150여만원을 장애인 의복 비용으로 조작하기도 했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보호작업시설에서 근무한 장애인 24명의 급여 2억여원을 가로채고, 거주시설 정원을 초과해 장애인 6명을 입소시킨 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설 이용료 3500여만원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또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사람들을 근무한 것처럼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16억8000만원 상당의 국가보조금도 유용한 혐의도 적용됐다.
A법인 비리는 지난해 10월 진정을 접수한 인권위가 11월부터 직권조사에 착수하면서 드러났다. 인권위 관계자는 “반복되는 장애인시설 인권침해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는 등 구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A법인 측은 이 같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법인 관계자는 “고관절을 다친 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장난을 치다 넘어져서 부러진 것으로 알고 있고 체벌도 플라스틱 자로 몇 번 때린 게 전부”라며 “해외여행도 아이들이 너무 가고 싶어 해 일단 재단 돈으로 쓰고 이사장 사비로 채워 넣었다. 검찰 수사에서 모든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