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진 朴대통령 화법, 알고보니...

강해진 朴대통령 화법, 알고보니...

기사승인 2014-03-12 21:19:00
[쿠키 정치] “불타는 그런 애국심…사생결단하고 붙어야 해요, 툭툭 규제라는 걸 던져놓는데 개구리는 거기 맞아서 죽을 수도 있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및 지역발전위원회 연석회의 석상에서 한 말이다. 최근 박 대통령이 사용하는 언어는 자꾸 강해지는 듯 하다. 지난달 5일 국무조정실 업무보고에서 나온 ‘진돗개론(論)’이나 이틀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의 ‘원수·암덩어리론(論)’에 이르기까지 원색적 표현이 이어져서다.


언뜻 보면 비장함조차 서려 있다. 강하게 질책하는 듯한 화법이다. 하지만 정작 이런 말을 현장에서 듣는 ‘대통령의 사람들’은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한참 웃다가 대통령이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곱씹는다고 귀띔한다. 특히 박 대통령이 강렬한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는 대부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격의 없이 대화를 이어갈 때라고 한다.


실제로 일부 국민들이 살벌하게까지 느꼈던 ‘진돗개론’이 처음 등장했던 국무조정실 업무보고는 ‘웃음’으로 시작돼 ‘웃음’으로 끝났다. 경제살리기 등 새 정부의 과제를 강조하면서 참석자들과 토론하다 “이런 얘길 웃으실지 모르겠는데…”라며 꺼낸 말이 바로 “진돗개는 한 번 물면 안 놓는다. 진돗개 정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저렇게 충성스런 개를 왜 사람들이 나쁘게만 취급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좌중에서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박 대통령은 이어 “다른 말은 다 잊어도 이건 못 잊을 것 같죠”라며 “퉁퉁 불어터지고 텁텁해진 국수를 누가 먹겠느냐”고 ‘2탄’을 터뜨렸다.

박 대통령은 현역 정치인 시절 ‘썰렁 개그’로 유명했다. 또 그냥 우스갯소리보다는 상대방에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 농담하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 국정드라이브를 걸며 원색적인 용어를 사용한 경우도 비슷한 상황으로 이해된다.

최근에 만난 한 청와대 핵심 참모는 “(박 대통령) 말 자체로만 보면 강경하다고 여기겠지만, 그건 대통령이 어떤 회의에서 어떤 분위기에서 그 말을 했는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은 복잡한 문제를 장황하게 설명하기도 하지만 때론 강렬한 비유를 사용해 더 큰 효과를 내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야당은 이런 박 대통령 화법을 차용해 정부 비판에 사용하는 ‘패러디·반사 화법’전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위조 의혹을 받는 국가정보원을 ‘암덩어리’에 비유하며 “국정원이 나라의 암덩어리, 쳐부수어야 할 구악이 돼 가고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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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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