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요즘 청와대에선… '9 to 6' 뿌리내려

[여의나루] 요즘 청와대에선… '9 to 6' 뿌리내려

기사승인 2014-03-13 00:23:00
[쿠키 정치] 지난 11일 오후 6시10분 청와대 위민관 앞 연풍문에는 50인승 통근버스 두 대가 퇴근하는 청와대 직원들을 바쁘게 태우고 있었다. 위민관은 청와대 각 수석비서관실이 자리 잡은 건물이다. 버스는 30분 간격으로 밤 10시까지 운행되는데, 가장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간이 바로 오후 6시10분~7시 사이다.

청와대 직원들은 비서실장부터 수석, 비서관, 행정관에 이르기까지 모두 ‘대통령의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전 정부까지 만해도 “새벽별 보고 출근해서 밤별을 보며 퇴근해야 한다”고 알려졌던 ‘3D업종 종사자’였다. 그런 이들에게 ‘9 to 6’ 출퇴근 체제가 정착돼 가고 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일반 직장의 출근시간인 오전 9시보다는 조금 빠르지만 그래도 새벽은 아닌 오전 7시30분~8시30분 출근해서 오후 6시가 넘으면 퇴근하게 됐다. 출·퇴근 시간에 청와대 통근버스가 연이어 연풍문 앞에 도열하는 풍경이 이제 일상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초부터 “공무원도 휴식의 생산성을 향유해야 한다”는 소신을 여러 번 피력했다. 그래서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특별히 중한 일이 아니라면 아예 외부일정을 잡지 않고 관저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청와대의 ‘9 to 6’ 체제도 이 같은 박 대통령 방침에 잘 부응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청와대의 외부에선 ‘대통령의 사람들’이 일찍 퇴근하게 된 이유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정해진 업무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일하면 출·퇴근 정상화가 문제될 게 뭐냐”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청와대가 일을 안 한다”는 나쁜 시선도 존재한다. 박 대통령이 항상 꼼꼼하게 보고서를 챙겨 보자 참모들이 보고서 양산에 온 힘을 쏟았지만, 결국 항상 채택되는 보고서만 계속 채택되고 나머지는 폐기되자 해당 참모들은 일할 의욕을 잃었다는 말도 나온다.

관가에선 “요즘 청와대에 야간대학원 다니기 열풍이 분다는데, 청와대 직원들이 대학원 다니면 누가 ‘지구’를 지키겠나”는 루머도 떠돌아다닌다. 퇴근 시간이 빨라지니
저녁 시간을 학업·자기개발에 투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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