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냐. 손해배상 받자’ 경찰, 40대女 납치 자작극 못참아

‘이건 아냐. 손해배상 받자’ 경찰, 40대女 납치 자작극 못참아

기사승인 2014-03-14 15:53:00
[쿠키 사회] 카드빚에 시달리다 납치 자작극을 벌인 40대 여성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경찰력이 낭비됐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14일 울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9시 9분쯤 이모(42·여)씨는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언니 등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남자 2명에게 납치됐다. 지금 계좌로 돈 2000만원을 보내지 않으면 죽인다고 한다”고 알렸다.

비명을 지르고 흐느끼는 이씨의 전화를 받은 가족은 즉시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씨의 휴대전화 위치 파악에 나섰다. 전원이 꺼진 이씨의 전화는 남구의 집 주변 기지국에서 신호가 감지됐다가 신고 직후에는 중구지역에서 감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평소에 빚이 있는 이씨가 채권추심을 목적으로 납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신호가 감지된 기지국 주변을 수색했다. 경찰이 이씨의 행방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던 오후 2시쯤 이씨가 다시 한번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번에도 역시 빨리 돈을 보내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기는 다시 꺼졌다.

이씨의 휴대전화는 간간이 켜졌다가 꺼지기를 반복했다. 위치는 남구 삼산동의 한 기지국 주변에서 일정하게 잡혔다.

경찰은 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등 형사요원 120여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탐문에 나섰다. 결국 경찰은 신고가 접수된 지 약 11시간이 지난 오후 8시 13분쯤 삼산동의 한 사우나에 있던 이씨를 발견했다.

조사결과 이씨는 카드대출과 사채 등 4000만원의 빚 때문에 고민하다가 가족을 상대로 납치 자작극을 벌여 돈을 마련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가족이 경찰에 신고할 것을 예상하면서도 돈을 받은 뒤 ‘괴한들에게 돈을 빼앗기고 풀려났다’고 둘러댈 작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중간중간 휴대전화 전원을 켠 것은 돈이 입금됐는지 확인하려는 목적이었다.

경찰은 상당한 경찰력이 낭비됐다는 점을 들어 이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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