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우리나라에서 흘러나간 개인정보가 중국 인터넷에서 공공연하게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간단한 검색만으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찾을 수 있을 만큼 개인정보 유출 피해의 수준은 심각했다.
16일 중국의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바이두(www.baidu.com)에서 ‘한국인신분증호마’를 검색하면 이름과 성별, 주민등록번호 등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를 나열한 자료를 수십 건 넘게 확인할 수 있다.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추적을 계속하면 수집할 수 있는 개인정보는 수백 건 이상으로 늘어난다.
바이두는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유명 포털사이트다. 인구 13억명의 중국에서 가장 많은 네티즌이 활동하는 사이트다. 신분증호마(신분증번호·한국의 주민등록번호)처럼 가장 기초적인 단어만으로도 수십 건을 검색할 수 있을 만큼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는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쉽게 유통되고 있었다.
바이두의 질의응답 게시판에서는 “한국인의 주민등록번호를 구한다”는 질문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선심을 쓰듯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를 한 개씩 알려주는 중국 네티즌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대부분은 게임이나 한류스타와 관련한 콘텐츠 사이트에 가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지만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을 통한 악용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이름과 성별, 나이, 주소 등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해정보로 분류돼 접속이 차단된 이 중국어 사이트는 구글 등에서 검색되고 있다. 사이트 설명에는 “한국의 신분증과 주민등록번호의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이들 개인정보가 최근 KT 및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등의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 14일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서 제3자에게 유출됐다는 카드 3사의 개인정보가 중국으로까지 유입됐을 경우 2차 피해의 규모는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포털사이트에서 개인정보가 공공연하게 유통 중이라는 사실을 먼저 확인한 우리 네티즌들은 격분했다. 네티즌들은 “이정도면 한 건당 6원도 아니고 무료로 유출된 셈”이라거나 “국민 모두가 주민등록번호를 바꿔야 할 판”이라며 들끓었다. 상황을 국내 커뮤니티사이트로 알린 네티즌은 “우리가 모른 척하고 덮어 넘어갈 시기는 지났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우리 중 누군가의 개인정보가 악용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공감을 얻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