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저격 동영상' 찍은 러시아 영화사 국제광고까지 했다

'안중근 의사 저격 동영상' 찍은 러시아 영화사 국제광고까지 했다

기사승인 2014-03-17 21:00:01
[쿠키 지구촌] 안중근 의사가 1909년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 일본 총독을 저격하는 장면이 담긴 ‘안중근 저격 동영상’을 러시아가 거액에 팔기 위해 국제적으로 광고까지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의회도서관이 연합뉴스에 제공한 1909년 12월 미국 연예잡지 ‘버라이어티(Variety)’에 따르면 12월 6일자 프랑스 파리발 단신 기사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영화사가 ‘특별한 필름’에 대한 구매자를 찾고 있다”며 “이 필름은 한국인(Corean)이 이토 일본 총독(Marquis Ito)을 저격했던 당시에 촬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화사가 요구하는 가격은 러시아 돈으로 15만 루블”이라고 적었다. 15만 루블은 현재가치로 437만원에 불과하지만 105년 전에는 상당한 거액이었다. 버라이어티는 기사 말미에 “이 필름을 독점 소유하는 데 필요한 명목상 가격은 7만7200달러(현재가치 8264만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버라이어티는 “러시아 영화사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총독과 러시아 코콥초프 재무장관과의 회담을 촬영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이토 총독이 열차에서 내리는 순간 안 의사의 저격이 일어났고 영화사가 해당 장면을 고스란히 찍었다는 것이다.

필름 판매 광고기사가 당시 국제경매 시장의 중심이었던 파리에서 작성된 점에서 러시아 영화사는 부호들을 상대로 필름을 판매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필름은 치열한 경매를 거쳐 개인 소장가에게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싱가포르의 영자신문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1909년 12월 22일 보도한 ‘이토 저격 필름 가격 신기록’이란 기사에서 “필름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노력했지만 결국 재팬프레스 에이전시에 근무하는 타노마기 게이이치가 1만5000엔(현재가치 약 2억원)에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일련의 보도들은 ‘안중근 저격 동영상’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이후 행방에 대한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필름은 약 10분 분량으로 이토가 하얼빈역에 도착하는 모습과 대대적인 환영을 받는 장면, 이어 저격 순간과 안 의사의 체포, 열차에 후송된 이토가 죽어가는 장면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백민정 기자
bwbae@kmib.co.kr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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