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러시아 국영방송의 간판 앵커가 “미국을 방사능 재로 만들 수 있다”는 발언으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흡수에 반대하는 서방 국가들을 위협했다. 사실상 핵전쟁을 언급한 이 앵커의 부적절한 발언을 놓고 세계의 비난이 빗발쳤다.
17일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방송사인 채널1의 뉴스캐스터 드미트리 키세료프는 전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진행한 뉴스 프로그램에서 “러시아는 미국을 방사능 재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계 유일의 국가”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를 놓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다는 자신의 논평을 뒷받침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키세료프의 뒤에는 핵폭발로 발생한 버섯구름 그래픽과 ‘방사능의 재’라는 문구를 적은 화면이 나왔다. 키세료프는 “우리가 핵 공격을 받아도 지하시설과 잠수함에서 정확한 방향으로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고 강조했다.
키세료프는 친(親)푸틴 성향의 언론인이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설립한 러시아투데이의 사장으로 선임됐다. 러시아 관영통신사 형태로 운영되는 이 매체는 정부의 입장을 전해왔다. 키세료프의 이번 발언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러시아 귀속에 반대하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위협으로 재해석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키세료프의 이번 발언은 세계적인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크림반도를 놓고 미국과 핵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푸틴의 생각으로 볼 수밖에 없다”거나 “외교로 해결해야 할 때마다 무력을 과시하는 북한의 방송을 보는 듯 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