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단독 영업중인 SK텔레콤 유통망에는 최근 ‘번호이동의 경우 별도 공지 시까지 최대 73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공지가 뿌려졌다. 이는 방통위 기준인 27만원의 3배 가까운 돈이다. 공지에는 “보조금 관련 내용이 외부에 유출되면 해당 판매점에 1000만원 이상의 패널티를 청구하겠다”는 ‘협박’까지 포함돼 있었다.
인터넷 사이트에 불법 보조금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시도도 두드러졌다. 정부와 폰파라치(과도한 보조금 지급 현장을 신고해 포상금을 챙기는 사람)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다.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모바일 메신저나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문의접수를 하면 따로 가격을 안내하겠다는 것이다. 사이트에는 27만원 수준의 보조금이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편법 보조금인 ‘페이백’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페이백은 구매자가 우선 정상가격에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수십만원의 보조금을 나중에 추가 지급하는 방법이다. 페이백 약속은 보통 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하지 않고 구두 약속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가입자가 사기를 당할 위험이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번호이동 시 중고폰 매입가를 시세보다 높게 책정해 가입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변종 보조금’도 등장했다. 예를 들어 사용하던 ‘아이폰4S’를 반납하고 출고가가 106만7000원인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3’를 구매하는 경우, 보조금 27만원을 우선 지원하고 중고 아이폰4S의 매입가를 50만원 가까이 지급해 사실상 80만원의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통사들이 뒤로는 딴 생각을 하면서 정부의 압박에 마지못해 불법 보조금을 뿌리 뽑겠다는 ‘빈말’을 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시장점유율을 지켜내려면 불법 보조금을 투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23일 “영업정지 초기 30만원을 넘지 않던 보조금이 지난주부터 60만원대를 넘어섰다”면서 “유통망에서는 여전히 ‘꼼수 보조금’이 다양한 형태로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통망에서의 불법행위가 알려지면 이통사들은 “판매점의 잘못”이라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이통사들이 유통망 관리와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큰소리는 쳤지만 온·오프라인의 수많은 개별 판매점에 대한 관리가 현실적으로 쉽지도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한 뒤에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불법 행위가 벌어지고 있고 이통사들은 책임 회피만 하는 이상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