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광주 법조계에 따르면 대주그룹 계열사인 대한시멘트는 2008년 기업 자산을 처분해 마련한 2100억원을 대주건설에 빌려주고 2조원대 지급보증을 했다. 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대한페이퍼텍은 2007∼2008년 대주건설에 480억원을 무담보로 빌려주고 170억원을 대위변제했다.
대한시멘트와 대한페이퍼텍은 대주건설에 막대한 자금지원을 해주고 그 부담 등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대주건설은 법정관리 절차 없이 2010년 10월 최종 부도 처리됐다.
대주건설이 2개 계열사로부터 융통한 자금을 기업의 빚을 갚는 데 썼다 해도 상당액은 뉴질랜드로 흘러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2008년 대주건설 회계를 감사한 외부기관은 대주건설이 유입 자금의 규모, 사용처 등 자금흐름에 대한 회계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며 감사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 앞선 2007년 회계감사 보고서에는 특수관계자(계열사)에 대한 채무 회수·상환이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대한페이퍼텍 등을 법정관리했던 재판부는 무너져 가는 주력 회사에 계열사들이 자금을 몰아준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고 고발을 검토했으나 재판부 변경으로 무산됐다.
허 전 회장 등 회사 대표들은 배임·사기 등 혐의로 고소되기도 했지만 검찰은 2010년 3월 무혐의 처분하고 고소인 측의 항고도 기각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무엇보다 허 전 회장에 대해 1000억원대 벌금형을 선고유예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배경에 대해 책임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상명하복을 핵심으로 하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고려하면 담당 검사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결정을 독자적으로 내렸을 리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광주지검 수뇌부의 책임론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일당 5억원의 ‘황제노역’ 판결로 논란을 빚은 장병우 광주지법원장은 2007년 허 전 회장의 대주계열사와 아파트를 거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결국 지난 29일 사표를 제출했다. 법원장에 취임한지 44일 만이다.
장 법원장은 2007년 대주아파트로 이사하고 나서 기존 아파트를 대주그룹 계열인 HH개발에 판 것으로 전해져 논란을 키웠다. 광주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사법연수원 14기 출신으로 1985년 광주지법 판사로 임용된 뒤 29년 간 광주고법 관할 지역에서만 근무한 지역법관(향판)이다.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동생이기도 하다.
광주=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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