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 2’)의 한국 촬영 과정에서 때 아닌 사물놀이 논란이 벌어졌다. 영화 촬영지 인근에서 발생한 농악대의 소음을 놓고 인터넷에서는 “나라 망신”이라는 비난과 “시민의 권리”라는 반박이 팽팽하게 맞섰다.
30일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어벤져스 2’를 촬영한 서울 마포대교 인근에서 북과 장구, 징, 꽹과리를 연주한 15명 안팎의 농악대를 포착한 사진과 목격담이 쏟아졌다. 다양한 지점에서 촬영된 사진들을 종합하면 사물놀이는 마포대교 북단 아래에 조성된 시민 쉼터에서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공연보다는 동호회의 연습으로 보인다. 이들은 경찰의 안내를 받고 촬영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과 목격담은 SNS를 타고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목격담의 대부분은 농악대에 대한 비난이었다. 현장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촬영을 방해하거나 간접적으로 출연하기 위한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거나 “영화 제작진에게 미안할 정도로 부끄러웠다”고 했다. “민폐” “나라망신”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의견도 쏟아졌다. ‘자살대교’라는 오명을 안은 마포대교에서 제작진이 시신을 발견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한국의 진짜 모습을 세계에 알린 계기”라는 조롱도 나왔다.
반박도 나왔다. 사진 속 농악대가 마포대교 북단 시민 쉼터에서 주말마다 연습하는 40~60대 동호회원들이라는 새로운 주장이 나오면서 비난 여론을 가로막았다. “농악대가 촬영을 방해한 게 아니라 영화사가 시민의 휴일을 방해한 것”이라거나 “영화에 관심이 없는 시민에게까지 협조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 “휴일 낮 교통통제에 불만을 가져도 부족한데 스스로 굴복까지 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잇따랐다.
영화 제작진은 마포대교 촬영을 마쳤다. 다음달 2~4일 서울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에서 촬영을 재개한다. 월드컵북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통제된다. 촬영은 같은 달 5일 청담대교 북단 램프, 6일 강남대로, 7~9일 경기도 의왕시 계원예술대 인근에서 계속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