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 치료제, 감염 항체 발생 안전성 고려해야

혈우병 치료제, 감염 항체 발생 안전성 고려해야

기사승인 2014-03-31 09:31:00

[쿠키 건강] 한 번 출혈이 생기면 피가 잘 멎지 않는 혈우병. 작은 타박상에도 혈우병 환자들은 근육, 관절, 장기 등에 출혈이 일어나 치명적일 수 있다. 이 질환은 혈액응고인자의 선천적 결핍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와 관리가 평생에 걸쳐 이루어진다. 따라서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옵션을 선택하고 지속하는 것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이다. 이 때 안전성 측면에서는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그리고 ‘항체 발생’ 위험으로부터 안전한가를 주로 보게 된다. 혈우병 치료는 체내로 혈액응고인자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발생하지 않고, 치료제로 인해 항체, 즉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전자재조합 제제, ‘바이러스 감염’ 최소화 기술과 함께 진화

국내 혈우병 환자의 약 80%를 차지하는 혈우병 A의 경우, 부족한 혈액응고인자를 보충해주는 치료제를 주사함으로써 치료한다. 치료제는 정맥주사로 직접 주입한다. 1980년대 중반 이전에는 바이러스 불활성화 기술이 완전하지 못해 인간 혈액에서 유래한 혈장제제를 사용했는데, 이에 따른 HIV, HBV, HCV 등의 지질막 외피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존재했다(바이러스 불활성화 처리가 되지 않은 제제 사용으로 인한 만성 C형 간염은 현재 혈우병 환자의 가장 흔한 만성 간 질환의 원인 및 사망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이후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있는 혈장제제에 대한 대안으로 감염 안전성을 개선한 유전자재조합 혈액응고인자 제제가 출시되었고, 바이러스 유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의 발전과 함께 꾸준히 진보했다.

국내 시판 중인 최신 유전자재조합 혈우병 A 치료제로는 진타(화이자), 애드베이트(박스터), 그린진F(녹십자)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최근 국내에 소개된 제제는 진타이며, 혁신적인 정제기술을 도입해 진화한 혈우병 치료제로 불린다.

전 제조공정에서 인간 및 동물성분을 배재하고, 합성 펩타이드 친화성 리간드(Synthetic peptide affinity ligand)를 사용해 바이러스 유입의 가능성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합성 펩타이드 친화성 리간드는 에이즈 등의 원인이 되는 레트로 바이러스의 감염 위험성이 없으면서, 효과적으로 제8혈액응고인자를 추출할 수 있게 한다. 또한 35나노미터 필터를 사용한 나노여과 단계를 공정에 추가, 두 번에 걸친 정교한 정제기술을 더해 VIII인자를 추출한다.

◇혈우병 A 치료, 치료제 전환해도 ‘항체 발생’ 높아지지 않아

바이러스 감염 위험은 낮추고 투약 편의성은 높인 우수한 혈우병 치료제들이 나오고 있음에도, 그동안 혈우병 환자들에게 치료제 전환은 쉽지 않은 문제였다. 항체가 발생하면 출혈 시 비항체 환자에 비해 출혈 조절이 잘 되지 않는데, 치료제를 바꾸면 항체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자들의 우려와 달리 국내외 혈우병 전문가들은 치료제를 바꾸는 것과 항체 발생에는 연관성이 없다고 말한다.

캐나다 해밀턴종합병원의 알폰소 아이오리오(Alfonso Iorio)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항체 발생과 관련해 유럽에서 10년 간 시행된 대규모 연구 결과를 발표, 혈우병 치료제 전환이 항체발생률을 높인다는 주장은 기존 관련 연구 결과에 대한 잘못된 해석에 기인한 오해일 뿐, 치료제 전환은 항체 발생 증가와 연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에서 유전자재조합 제제를 사용하는 1208명의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의 항체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았으며, 치료제 교체 시에도 항체발생 확률은 더 높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제 전환 시 환자들이 우려하는 항체 발생은 실제로는 임상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것이다.

유전자재조합 제제가 혈장제제 보다 항체발생률이 높다는 것 역시 오해다. 1990년부터 2007년까지 발간된 해외 자료 중 총 800여 명 대상의 연구 결과를 메타 분석한 연구는 혈장제제와 유전자재조합 제제 간 항체 발생에 유의한 차이가 없다고 보고했다.
또한, 574명의 중증 혈우병 A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혈장제제와 유전자재조합 제제의 항체 발생 위험은 비슷하며, 치료제 전환은 항체 발생과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성 편의성 높인 최신 치료제 혜택 고려해야

투약이 일상인 환자들 입장에서 치료제 안전성만큼 중요한 것이 편의성일 것이다. 혈우병 치료제는 자가주사하기 때문에 실제로 주사 과정에 불편함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다. 좋은 소식은 최근에는 이러한 투약의 번거로움을 줄인 치료제들이 보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R2-Kit 형태를 갖춘 한국화이자의 진타는 바늘 없이 간편하게 주사 용제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 투약 준비가 간편하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2000IU 용량을 보유해 대용량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유용하며, 250IU, 500IU, 1000IU 등 다양한 투여용량을 제공해 환자 특성에 따른 투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별도의 재구성 과정 없이 한 번에 용제와 바이알을 섞을 수 있는 ‘올인원’ 타입도 국내 도입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호주 등에서는 최신 유전자재조합 제제를 국가단위 치료제로 지정하는 등 많은 환자들에게 최신 유전자재조합 제제의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더 나은 치료효과와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질환은 물론 적절한 치료제의 혜택을 바르게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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