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저녁(현지시간) 워싱턴DC 미 의사당에서는 일본에 우호적인 의원들의 모임인 ‘저팬 코커스(Japan Caucus)’ 창립모임이 열렸다. 훌리안 카스트로(민주·텍사스), 데빈 누네즈(공화·캘리포니아) 의원이 코커스의 공동 의장을 맡았고, 민주·공화당 소속 62명의 하원의원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일본의 저팬 코커스 결성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친한파 의원들의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에 자극받았다는 후문이다. 주미 일본 대사관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저팬 코커스를 통해 일본의 입장이 미 정책에 더 쉽게 반영되기를 희망한다”며 “한국도 이미 코리아 코커스를 갖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일본은 그동안 일본계인 고(故) 다니엘 이노우에(민주·하와이) 상원의원 등을 중심으로 막후에서 로비하는 방식을 선호해 왔다. 그러나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미국 의회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 왔다. 특히 2012년 12월 이노우에 의원이 사망한데다 코리아 코커스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위안부 문제 등 일본에 껄끄러운 이슈들이 적극 제기되는데 대한 위기의식이 저팬 코커스 결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30일 “일본이 저팬 코커스를 결성한 것은 막후에서 보이지 않게 움직이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의 워싱턴 로비가 공개적이고 보다 노골적인 형식으로 변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40대 이하의 젊은 정치적 유망주들이 저팬 코커스의 중심축 역할을 맡은 것도 눈에 띈다.
공동의장을 맡은 카스트로 의원과 누네즈 의원은 각각 39세, 40세의 ‘젊은 피’다. 특히 카스트로 의원은 ‘리틀 오바마’로 불리는 민주당의 기대주다. 텍사스주 샌 안토니오 시장 시절인 2012년 9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다시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결정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전국적인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코리아 코커스는 2003년 첫 결성돼 50여명의 의원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게리 코널리(민주·버지니아), 찰스 랭글(민주·뉴욕), 피터 로스캠(공화·일리노이), 마이크 켈리(공화·펜실베이니아) 의원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 주역인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쟁자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고, 랭글 의원도 고령인데다 당내 경선을 통과할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