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교회를 통하다 5·끝] 초교파 통일선교아카데미 출범… 분단극복 큰 걸음

[독일 통일, 교회를 통하다 5·끝] 초교파 통일선교아카데미 출범… 분단극복 큰 걸음

기사승인 2014-04-01 03:29:00

(5·끝) 한국 교회, 지금 통일을 준비해야

독일 통일과 사회통합 과정에서 보여준 독일 교회의 역할은 한국 교회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무엇보다 통일이 먼 훗날의 일이 아니라 언제든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교회가 지금 바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 발족에 앞서 기독교 초교파 연합 통일준비모임인 통일선교아카데미가 1일 출범한다.

◇한국 교회, 통일 준비는 시작됐다=분단 이후 한국 교회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통일운동과 다양한 대북지원 및 통일선교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해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교회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반목과 갈등을 지속함으로써 효과가 반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어 초교파적으로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국내 주요 교단 10개 교회 목사들이 참여한 통일선교아카데미가 극동방송에서 창립예배를 갖고 본격적인 사역에 나선다. 10개 교회 목사는 남서울교회 화종부(합동), 한국중앙교회 임석순(대신), 할렐루야교회 김승욱(독립), 만나교회 김병삼(기감), 지구촌교회 진재혁(침례), 주안장로교회 주승중(통합), 수원중앙침례교회 고명진(침례), 부산 호산나교회 홍민기(합동), 동안교회 김형준(통합), 미국 글로벌선교교회 김지성 목사 등이다.

통일선교아카데미는 3대 대영역, 12개 중영역, 36개 소영역으로 나눠 영역별로 청년세대들을 통일 일꾼으로 키우는 일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각 분야에서 존경받는 전문가들을 멘토로 섭외해 지난해 두 차례 모임을 가졌다. 정장식 전 포항시장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사역자 양성에 헌신할 계획이고, 7년간 30만명의 북한 근로자를 치료한 경험이 있는 김정룡 전 개성병원장은 의료 분야에서 통일 일꾼을 양성하게 된다. 김영길 한동대 전 총장은 교육 분야에서 멘토로 활약하며 청년들이 통일을 준비하도록 인도할 계획이다.

모임을 준비해 온 허문영 평화한국 대표는 31일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통일기반 구축사업을 교계는 1년7개월 전부터 착실하게 준비해 왔다”며 “영역 선교라는 개념으로 각 영역별로 통일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동방예루살렘(평양)이 무너진 지 70년이 되는 2015년을 앞두고 통일을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미래와 희망이 없다”며 “기존의 통일운동이 조직 중심이었다면 통일선교아카데미는 사역 중심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을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일=한국 교회가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남한 내 통일기반 구축, 지속적인 대북지원을 통한 신뢰 회복, 탈북자 돕기를 통한 동질성 회복, 국제사회에서의 남북 간 연대가 필요하다고 교계 지도자들은 지적했다.

서경석 서울조선족교회 담임목사는 “교단 대표 및 기독교 비정부기구(NGO)들이 모여 대북지원 활동에 대한 정책을 협의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등 북한돕기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한다”며 “보다 많은 예산이 대북 교류협력기금으로 책정되도록 국회와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모금할 때마다 그 액수와 동일한 규모의 정부 기금이 매칭펀드 형식으로 교회에 지원이 되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서 목사는 제안했다.

클라우스 폴러스 전 주한 독일대사는 “남북한의 깊은 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회 지도자 사이의 대화가 유익할 것”이라며 “비정부 기관으로서 교회는 정부보다는 용이하게 대화의 장애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한 교회는 자체 내 통일기반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종화 경동교회 담임목사는 “북한 당국이 국제 고립을 벗고 세계 공동체의 일원으로 등장하는 것이 통일에 기여하듯 북한 교회가 세계교회 속에서 호흡할 수 있도록 길을 모색하는 것이 남한 교회가 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남북 교회지도자들은 분단 후 처음으로 1986년 스위스 글리온에서 만나 공동예배를 성사시켰고 남북한 공동기도문을 작성해 남북한 교회가 함께 공통분모를 찾는 작업을 시작했다.

특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1988년 2월 29일 제37차 총회에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관한 한국 기독교 선언’을 통해 교회가 조국분단에 중대한 책임이 있었음을 의식하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해 한국 교회가 앞장서 주체적인 역할을 할 것을 다짐했다. 이 선언은 국내외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민간 차원의 통일 논의를 자유화하고 활성화하는 데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았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지난해 10월 부산 총회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선언’을 채택했다. 현 정부도 NCCK와 이를 지원해 온 WCC의 공로를 인정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기독교 통일운동을 위해 WCC 등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한 내 탈북자 돕기 역시 통일 이후 사회통합을 준비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통일 이후 사회통합을 하는 데는 다소 이질적인 남한 사람들의 목소리보다는 같은 지역에서 같은 말투를 사용하고 같은 사고방식을 지녔던 새터민(탈북자)들의 목소리가 훨씬 강한 설득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교회는 통일 후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규범과 가치체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속보유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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