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성에게 결혼을 빙자해 3000여만원을 뜯어내고 잠적한 여성이 3년 만에 쇠고랑을 차게 됐다.
1일 경찰에 따르면 A씨(45)와 같은 동네 주민 B씨(46·여)는 2010년 8월 서울 중구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만났다. 첫 만남 뒤 급격히 가까워진 이들은 3개월 만에 결혼을 논의하는 사이로 진전했다. 한 달 뒤 A씨는 B씨의 어머니라는 사람에게 인사도 드렸다.
B씨는 이 때부터 A씨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2011년 3월 초 B씨는 A씨에게 “충남 당진에 아파트가 있어 처분하려고 하는데 옥외난간 확장 등에 필요한 경비를 물어줘야 한다”며 1000만원을 빌렸다. 보름쯤 뒤에는 “경기도 분당에 신혼집을 마련하는데 보증금이 필요하다”며 2000만원을 더 빌렸다. A씨는 B씨의 어머니와도 인사를 나눈 터라 의심 없이 돈을 내줬다.
A씨는 당시 여성과 함께 치킨 장사를 하려고 운영하던 당구장을 처분한 뒤라 현금도 넉넉하게 가지고 있었다.
B씨의 거짓 행각은 곧 드러났다. A씨의 어머니가 동네 주민으로부터 “B씨가 딸이 있는 이혼녀”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나자 B씨는 곧바로 잠적했지만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믿지 않았다.
A씨는 장모님이라고 소개 받았던 여성이 “나는 엄마가 아니고 B씨에게 받아야할 돈이 있는데 곧 결혼할 당신이 채무 관계를 청산하라”는 빚 독촉에 정신이 들었다.
A씨는 경찰에 B씨를 사기 혐의로 신고했고 경찰은 서울 중구 금호동의 한 아파트에서 숨어 지내던 B씨를 3년만에 붙잡았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난달 29일 혼인을 빙자해 남성에게서 3000만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B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B씨는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신분을 숨기며 지내 찾기가 어려웠지만 가족 통화내역 등을 토대로 결국 체포했다”며 “결혼을 빙자해 돈을 뜯어내는 방법이 매우 불량하고 A씨의 피해도 회복되지 않아 구속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정훈 기자 oik416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