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일괄사표' 청와대 의지가 작용했다

'1급 일괄사표' 청와대 의지가 작용했다

기사승인 2014-04-03 01:53:00
[쿠키 정치] 보건복지부와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소속 1급 공무원들의 일괄 사표 제출 움직임이 표면화된 배경에는 무엇보다 청와대의 의지가 작용한 듯 하다. 대대적인 인사 쇄신 바람을 일으켜 무사안일주의와 수동적 업무태도에 빠진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주문해온 공공부문의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2월 25일 출범한 뒤 이전 이명박정부 시절의 고위 공무원단을 그대로 승계했다. 정무직인 장·차관들만 교체한 뒤 1급 고위직들 교체는 물론 보직 이동도 거의 실시하지 않았다. 공직사회에 안정감을 부여하고 정책을 차분하게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하지만 각 부처에서는 불협화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기초연금제도를 둘러싸고 박 대통령의 방침에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반대하는 초유의 항명사태가 발생했고, 박근혜정부가 새롭게 추진하는 정책들에 대한 기존 공직사회의 반발이 심상찮게 노출됐다.

결국 박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 정부부처에 “공공부문에 쌓인 각종 비정상적 관행·비리·제도를 선제적으로 찾아 척결하라”고 주문하는 이른바 ‘비정상의 정상화’개혁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공공기관과 공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비리 척결로 표면화됐지만, 박 대통령이 염두에 둔 것은 공공기관들만이 아닌 공직사회 전체의 개혁이었다.

박 대통령이 올해 초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공공부문 개혁과 규제 혁파, 경제 살리기를 2년차 국정운영의 중점 추진 과제로 제시하자 정부는 곧바로 ‘고위직 대폭 교체’ 시나리오를 가동했다. 국무총리실과 국무조정실이 소속 1급 공무원 전원으로부터 사표를 제출받았고, 당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공무원들의 철밥통을 깨야 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인사가 실시되기도 전에 각 부처 공무원들에게 사전 유출되면서 반발 기류가 생기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버렸다.

이번에 다시 등장한 1급 고위공무원 일괄 사표 카드는 “공직사회가 박 대통령이 건 정책 드라이브에 따라오지 않을 경우 버리고 갈 수밖에 없다”는 청와대의 경고성 메시지로 여겨진다. 사표 제출 사실이 노출된 보건복지부와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등이 국무조정실의 ‘박근혜정부 1년간 정부부처 업무평가’에서 하위권이거나 중·하위권에 머문 부처들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역대정부들이 다 했던 ‘통과의례’를 너무 늦게 치르는 모양새”라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정부가 모두 집권 첫 해에 실시했던 고위직 공무원 물갈이 인사를 지연시킬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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