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와 재단법인 사회과학원은 3일 류장용 중국 칭화대 당대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과 히라노 겐이치로 도쿄대·와세다대 명예교수(전 일본아시아역사자료센터장)를 초대해 ‘동아시아 권력질서의 재편과 중·일관계’룰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히라노 교수는 “근대 이전의 영토와 국경에 대한 고집이 부활하는 현상이 동아시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한 것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직접 방문하는 등 양국이 ‘국경’에 집착하는 전근대적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히라노 교수는 “아시아가 전근대에서 근대로의 걸음을 잘못 내딛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일본과 일본인에게 있다”며 “일본의 역사가 다른 나라에 끼친 손해에 보상과 배상은 끝났는지, 일본인이 근대에 일으킨 역사 문제에 진지하게 임했는지 깊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평화헌법 제9조로 인해 일본이 다시 영토를 확장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미래를 위해 범동아시아적인 논의와 검토, 제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류 부원장은 중·일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단기적으로 중·일 정치관계가 개선되기는 어렵고, 중기적으로도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아베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중·일관계에 여러 장애를 설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문제, 신방위계획 수립 등이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아베 정권의 외교가 전면적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어 중·일 갈등을 확대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류 부원장은 아베 정부를 이토 히로부미 내각과 비교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먼저 아베 총리가 국가안보보장전략 보고서 등을 통해 향후 10년간 중국을 겨냥해 군사력을 정비키로 한 것은 1887년 이토 내각이 중국을 침략하는 ‘청국정도(征討)책안’을 작성하고 92년에 중국을 겨냥한 5년 확군계획을 완성한 것과 겹친다고 밝혔다. 또 아베 총리가 국가안보보장회의를 설립한 것은 히로부미가 메이지 천황 중심으로 ‘대본영’을 건립해 전면적인 군사 통치를 했던 점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사안보전략이 중국과 북한을 주적으로 여기는 점, 일본 교민 안전 보호를 명목으로 자위대법 수정안을 통과시킨 점도 두 내각의 공통점으로 꼽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