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가 이탈리아에서 독립한다고?… 분리주의자 24명 체포

베네치아가 이탈리아에서 독립한다고?… 분리주의자 24명 체포

기사승인 2014-04-04 00:21:00
[쿠키 지구촌] 이탈리아의 수상도시 베네치아에서 분리 독립 움직임이 나타나자 정부가 이를 주도하는 세력 수십 명을 한꺼번에 체포하는 등 단호한 대처에 나섰다.

이탈리아 경찰은 2일 (현지시간) 북동부 베네치아와 인근 지역에서 분리 독립을 모의한 혐의로 프랑코 로체타 전 의원 등 24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이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폭력 행위를 포함한 여러 계획을 모의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체포된 사람 이외에 다른 27명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베네치아에서는 크림자치공화국이 우크라이나로부터 떨어져 나온 이후 분리 독립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는 중이었다.

분리독립주의자들은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을 진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12㎜ 구경의 대포를 장착한 탱크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탱크는 견인차량을 탱크 모양으로 개조한 것에 불과했다. 이들은 다음달 열릴 유럽의회 선거일 하루 전날 이 탱크를 앞세워 산마르코 광장 진입을 시도할 계획이었다.

이탈리아 사정 당국에 따르면 분리독립주의자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한 여론 조성과 폭력 행사를 동시에 사용하는 양면 전략을 구사하려 했다. 이번 경찰 체포는 베네치아를 주도로 하는 베네토주 지역 정치인들이 헌법으로 금지돼 있는 분리 독립 절차를 공식적으로 착수하려 하자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베네치아를 비롯한 북부 지역은 국회가 추진 중인 이민법 완화 방안에도 불만을 갖고 있다. 국회는 현재 몰래 입국한 사람들을 기소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민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분리독립주의자들로 구성된 지역 정당인 리가 베네타당은 오는 6일 베네치아 인근 베로나에서 이번 체포와 이민법 완화에 항의하는 집회를 갖기로 했다. 리가 베네타당의 지도자인 마시모 비톤치는 “중앙정부의 압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집에 (베네치아의 상징인) 성 마르코기를 게양해서 부당하게 체포된 이들이 시민들과 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앞서 실시된 베네치아 독립 관련 여론조사에서는 베네치아와 인근 주민의 89% 이상이 이탈리아에서 독립을 원한다고 답했다. 이 여론조사를 주도했던 지안루카 부사토는 정부가 분리독립주의자들을 검거한 것에 대해 “터무니없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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