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김기영 부장판사)는 샤넬이 “상표 무단 사용으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가게 주인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상표 사용을 중단하고 샤넬에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소송은 피고 이씨가 사실상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아 무변론으로 종결됐다. 샤넬이 승소하기는 했지만 재판부가 기록과 증거를 검토해 어떤 사실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민사소송법은 소송을 당한 쪽이 소장을 전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청구의 원인이 된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고 법원이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도록 정했다.
샤넬 본사가 국내 자영업자에 간판값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0년 12월과 2012년 8월 ‘샤넬 비즈니스 클럽’ 등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 잇따라 이겼다.
처음에는 500만원을 청구했다가 2년 전부터 1000만원으로 금액을 올렸다. 3건 모두 조모 변호사가 샤넬을 대리한 점이 눈에 띈다.
앞서 대법원은 1986년 10월 이미 ‘CHANEL’이 사회 통념상 객관적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저명 상표라고 판시했다. 샤넬은 이 판례를 내세워 자영업자들의 부정경쟁행위를 주장해왔다.
샤넬 말고도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가 자사 상호를 함부로 사용한 자영업자에 법적 대응하는 일이 종종 있다.
‘버버리’는 2009년 8월 충남 천안시에서 ‘버버리 노래방’을 운영하는 정모씨를 상대로 비슷한 소송을 냈다. 대전고법은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정씨가 버버리에 25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정씨는 버버리가 벙어리의 방언으로, 벙어리 같이 답답한 마음을 노래로 풀라는 뜻이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버버리 등록 상표를 중소도시에서 다수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업소의 상호로 사용해 고급 패션 이미지로 알려진 상표의 명성을 손상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