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찍은 ‘어벤져스 2’ 뭘 남겼나… 이미지 제고 좋지만 할리우드에 많은 양보

한국에서 찍은 ‘어벤져스 2’ 뭘 남겼나… 이미지 제고 좋지만 할리우드에 많은 양보

기사승인 2014-04-08 17:36:01

[쿠키 문화] 오는 23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는 여주인공이 미국 뉴욕의 한국식당을 자주 찾고, 한국음식을 좋아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상영 중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이하 ‘캡틴 아메리카’)에는 70년 만에 냉동인간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지난 시절을 복기하는 과정에서 ‘박지성’과 ‘올드보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불과 1년 전, 평택 미군기지라면서 말도 안 되게 낙후된 모습으로 한국을 묘사했던 ‘월드워Z’ 같은 인식에서 벗어난 건 분명해 보인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 2’)이 한국에서 촬영 중이다. 미국만화의 산실 마블코믹스의 히어로들이 총출동하는 ‘어벤져스’(2012)는 ‘아바타’(2009) ‘타이타닉’(1997)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흥행 수입을 거둔 작품이다.

관심이 집중된 보름간의 한국 촬영 중 제작사 마블스튜디오가 쏟아 붓는 비용은 100억원. 한국영화 대작 한 편을 만들 정도의 큰 금액이다. 할리우드가 이 영화의 촬영지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영화 시장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번 한국 로케이션은 할리우드 입장에선 세련된 홍보수단이다. ‘어벤져스 2’를 한국인에게 확실히 알렸기 때문이다. 최소한 한국시장에서 흥행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든 셈이다. ‘캡틴 아메리카’의 개봉에 맞춰 주연 배우 크리스 에번스가 내한해 흥행 순풍을 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제작사는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파격적인 지원까지 받았다. 현지 총제작비의 30%인 30억원을 인센티브로 돌려받는다. 그뿐인가. 한강 다리를 막았고, 강남대로를 점령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번 촬영으로 무엇을 얻었을까. 가장 기대되는 효과는 한국이라는 나라, 서울이라는 도시의 이미지 제고다. 미국 시카고는 ‘트랜스포머’ 촬영으로 뉴욕보다 세련된 상업도시의 이미지를 얻었다. ‘어벤져스 2’에서 서울이 비중 있게, 매력적으로 그려진다면 홍보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한강 세빛둥둥섬이 최첨단 과학기지로 설정된다면 IT 강국이라는 산업화된 이미지도 갖게 될 듯하다.

하지만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게 있다.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할리우드에게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양보했다는 것이다. 일찍 핀 벚꽃과 함께 찾아온 주말 행락객의 불편함, 교통체증, 영세 상인들의 불만은 간과됐다. 관광수익 등 1200억원에 이른다는 경제적 효과는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과장됐다. 다가올 지방선거와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등에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생긴 일이다.

영화가 관광으로 연결되려면 드라마와 서사가 필요하다. ‘로마의 휴일’(1953)이나 ‘로마 위드 러브’(2012)처럼. ‘어벤져스 2’는 기본적으로 때려 부수는 영화인데 이걸 보고 서울을 찾을 외국인이 몇 명이나 될까.

‘어벤져스 2’와 관련해 결정된 건 아무 것도 없다. 시놉시스, 캐릭터, 한국 촬영 분량, 정확한 개봉시점 모두. 편집권이 우리에게 없으니 개봉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경제적 효과 등은 과장됐지만 ‘어벤져스 2’ 촬영이 잘 되면 할리우드의 다른 스튜디오도 많이 몰려 올 분위기다. 로케이션 유치도 꽤 괜찮은 사업이다. 이번엔 손익계산에 있어 우리가 명백한 이익을 챙겼다고 보기 어렵다. 이젠 좀 냉정해지자. 할리우드 영화의 한국 로케이션은 이제 시작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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