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경찰서는 은행에서 유출된 개인 금융정보를 악용해 보이스피싱 사기극을 벌인 이모(43)씨 등 일당 4명을 구속하고 텔레마케터나 인출책으로 가담한 서모(25)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람 중 은행에서 고금리로 대출받은 이들을 타깃으로 삼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겠다”며 대출 상환예치금 명목으로 37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이씨 등은 경기도 일산의 오피스텔 두 곳을 빌려 사무실을 차리고 중국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7000여건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그 중엔 지난해 말 유출 사실이 드러난 한국씨티은행의 고객 개인정보가 들어 있었다. 씨티은행은 당시 대출 담당 직원이 2011~2012년 대출기록이 담긴 정보를 빼돌렸다고 밝혔지만 이들이 확보한 씨티은행 고객 정보 중 1300여건은 2013년 1월 이후 추가로 유출된 것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은행에선 수사 전까지 유출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대출기간 대출금 이자율 직업 등이다. 이들은 연 10% 이상 고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했다. 텔레마케터들을 시켜 씨티은행이나 서민지원센터를 사칭하며 전화를 걸었다.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려면 고금리 대출 실적이 더 있어야 한다”고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이에 속은 피해자들은 대부업체 등에서 연 38%나 되는 고금리 대출을 받은 뒤 이를 상환예치금 명목으로 일당의 대포통장에 입금했다.
이런 수법으로 지난달 18일부터 2주 동안 10명에게서 3700여만원을 가로챘다. 또 당초 확보한 개인정보 7000여건 중 326건을 보이스피싱 과정에서 더 구체화해 건당 1만원에 다시 팔아넘긴 혐의도 드러났다. 건당 10~30원에 유통되는 이름·전화번호 등 단순 정보에 생년월일, 성별, 기존 대출금, 향후 필요 자금 등의 내용을 추가해 건당 1만원짜리 정보로 가공한 것이다. 경찰은 “금융기관에서 유출된 개인정보의 유통 경로를 계속 추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