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명언] 새댁 '비번변경 갈등' 이혼판결에 대해 "시아버지도, 법원도 무식하다""

"[댓글 명언] 새댁 '비번변경 갈등' 이혼판결에 대해 "시아버지도, 법원도 무식하다""

기사승인 2014-04-13 11:39:05

[전정희의 스몰토크 - 댓글 명언(明言)]

1. 경북 칠곡과 울산의 아동학대사건 판결을 놓고 판사에 대한 비난이 온라인상에 쏟아집니다. 법리적 판단에 따라 판결한 것이지만 국민의 법감정과 충돌하는 것 같습니다. 행위에 비해 형량이 너무 낮다는 것이 네티즌의 불만이죠. 칠곡 계모아동학대 사건에 불만을 품은 일부 네티즌은 해당 판사의 신상털기에까지 나섰습니다. 네티즌의 도 넘는 행위죠.

2. 당황한 대구지법은 이종길 공보판사를 통해 “공소사실 가운데 상해치사 혐의를 법원이 인정한 판결”이라며 “범행 이후 피고인들의 태도, 범행을 숨기려는 의도 등 사건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고려해 법의 엄중한 잣대로 판단하면서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정한 상해치사죄의 양형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선고된 아동학대치사죄에서 선고된 형량보다는 다소 높다”고 밝혔습니다.

3. 13일 온라인상에는 시부모의 잦은 방문에 신혼 댁이 현관 비밀번호를 바꾸자고 신랑에게 요구했다가 결국은 그 골이 깊어져 이혼 소송을 낸 건이 화제입니다. 10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관심이 뜨겁습니다. 10분 거리에 사는 시아버지가 전업주부인 며느리 집에 무시로 드나든 것이 발단입니다. 신혼 댁은 불편한 사실을 신랑에게 얘기했고, 아버지가 서운해 할 것을 아는 아들은 “차마 비밀번호를 바꿀 수 없다”고 했지요. 신혼 댁의 원망은 커졌고 이런 갈등 속에 3년이 지났습니다.

4. 그 사이 시아버지가 비밀번호를 바꾸려던 며느리의 속내를 알아챘습니다. 그리고 며느리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내가 멍청해서 너희 집을 무단으로 들어가 피해를 줬다. 너희한테 맹세코 가지 않을 테니 염려 마라. 비밀번호를 바꾼 며느리는 보고 싶지 않다.”

5. 신혼 댁은 와중에 남편이 자신의 부모에게 사과할 것만 요구하자 자살 시도까지 했다는군요. 그리고 별거로 이어졌고 서로 이혼청구소송을 냈습니다.

6. 법원은 이날 “원고와 피고는 이혼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서로의 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것으로 보이고, 혼인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혼의 책임을 쌍방으로 인정하고 서로가 낸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신혼 댁에 대해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려고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고, 비밀번호를 변경하거나 이사를 재촉하는 등 문제 해결을 회피해 갈등을 야기시켰다”고 지적했다.

7. 이에대해 네티즌은 시아버지의 배려 없음을 비난했습니다. 각 가정사마다 특별한 사정이 있을 수 있어 그 ‘비밀번호 변경’ 건이 다는 아니겠습니다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시아버지라는 분의 자식 사랑이 지나친 것 같습니다.

8. 한데 시아버지 문제가 아닌, 판결에 대해 명언(明言)하신 ‘코알라’님과 ‘하고말거야두보봐’님의 일침이 눈길을 끕니다. ‘댓글 추천’ 상위를 차지했습니다. 각기 아래와 같습니다.

9. “시아버지도 무식하고 법원도 무식하다. 결혼한 부부의 집을 예고 없이 드나든다는 건 미친 짓이고 비상식의 극치다. 이건 효와도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아들내외의 부부관계를 감시하는 게 효? 며느리가 자살까지 시도했는데도 며느리가 관계개선을 위해 최선을 안해? 판사도 수준이 딱 시아버지 수준이다.” 코알라님

“법관은 (과거에는 그랬을지언정) 신분적으로 우월한 존재가 아니다. 그저 기술적으로 법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많이 공부했고, 그렇기 때문에 능통(能通)할 뿐이다. 시민들은 법관에게 판결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 측과 변호인 측의 주장을 잘 듣고, 제대로 판단을 해보라고 '요구 해야 하는 것이다.” ‘하고말거야두고봐’님.

9. 우리 사회가 전근대와 근대, 현대가 뒤섞여 있고, 짧은 순간에 장수사회 시대가 되다 보니 세대간 충돌로 몸살을 앓습니다. 이럴 때 법은 시대가 격랑에 휩싸이지 않도록 상식과 보편의 기준을 마련, 최후의 보루가 되어줘야 하는데 그 변화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그 보루가 전근대적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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