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2년간 마스터스 챔피언을 보면 왼손잡이가 우승한 것이 절반인 6차례다. 필 미켈슨(미국)이 3차례(2004년 2006년 2010년) 우승한 것을 비롯, 마이크 위어(캐나다·2003년), 왓슨(2012년 2014년)이 뒤를 이었다. 특히 미켈슨의 경우 메이저대회 우승이 4차례였지만 유독 마스터스에만 3차례 우승하며 강한 면모를 보였다. 타 종목경기에 비해 골프에서 왼손잡이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따라서 연습장 타석수에서도, 장비에서도 불리하다.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왼손잡이는 희귀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은 18개 홀 중 6개 홀이 왼쪽 도그레그홀이어서 왼손잡이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3년전 당시 세계랭킹 1위 마르틴 카이머(독일)도 대회를 앞두고 이 점을 지적한 바 있다.
2010년 미켈슨 우승 당시 마지막 라운드의 13번홀(파5)에서 미켈슨이 보여준 절묘한 샷은 왼손잡이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미켈슨은 티샷한 볼이 나무로 시야가 막힌 오른쪽 러프 지역으로 날아갔지만 6번 아이언을 이용한 두 번째 샷으로 나무 두 그루 사이로 볼을 빼내 그린에 올렸다. 타수를 잃을 뻔했던 미켈슨은 이 홀에서 버디를 잡은 데 힘입어 단독 선두로 올라섰고 그린 재킷까지 입을 수 있었다. 미켈슨은 일상 생활에서는 오른손을 쓰지만 골프클럽을 잡을 때만 왼손 타석에 서는 특이한 선수다.
당시 미켈슨 본인도 왼손잡이어서 덕을 봤다고 인정했다.
미켈슨은 “오른손잡이였다면 훅 라이에 서게 돼 볼을 그린 위에 올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왼손잡이여서 훅이 나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두 번째 샷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켈슨은 “왼손잡이여서 득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며 왼손잡이와의 연관성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