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 댓글 명언(明言)]
1.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34)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간첩 혐의 증거조작 사건은 대공수사처장(3급)을 최고위급 책임자로 대공수사팀 과장급(4급) 직원들이 벌인 날조극으로 검찰 수사에서 결론 났습니다. 14일 일입니다.
2. 국정원이 아닌 개인 차원의 간첩증거조작인 것으로 봉합된거죠.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국정원 서천호 2차장(53)이 대국민 사과를 내고 사퇴했고요.
3.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 “유감스럽게도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체계에 허점이 드러나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였죠.
4. 이 건에 대해 네티즌은 “국정원이 더 잃을 신뢰가 있냐?”는 질타 분위기가 대세입니다. 정부 정책에 우호적 댓글을 다는 한 포털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마찬가지입니다.
5. 이런 가운데 KBS 아나운서의 발언이 논란의 중심으로 들어섰습니다.
한석준 아나운서는 이날 방송된 KBS CoolFM(89.1MHz) ‘황정민의 FM대행진’에 출연, 모 기자의 이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들은 뒤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해서 증거 위조 지시나 개입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밝힌 면이 저는 어떻게 보면 다행스럽게도 생각이 된다”며 “만약 이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최고의 정보기관인데 안에서 어떤 지시가 오갔는지가 밖으로 낱낱이 밝혀지면 그것도 웃기지 않습니까?”라고 말한 거죠.
6. 당연히 기자가 당황했겠죠. 그 기자는 난감해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아…그렇죠?”라고 응수했습니다. 그런데도 한 아나운서는 “이게 어느 정도는 또 국정원을 지켜줄 필요도 있는…”이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결국 한 아나운서는 자신의 발언의 심각성을 눈치챈 듯 “제가 이런 말 하면 안되나요? 아, 알겠습니다. 이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 됐군요”라고 말하고는 황급히 다음 뉴스로 이어갔다.
7. 한 아나운서의 이같은 멘트에 대해 네티즌 pius님이 명언(明言)을 했습니다.
“이것이 지금 한국 사회의 소위 오피니언 리더란 사람들의 한심한 의식 수준”이라고 말입니다.
8. 중국 ‘사기’에 ‘천려일실(千慮一失)’이라고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많은 생각을 하다며보면 한 가지쯤 실수를 하는 법”이라고 했는데 한 아나운서의 일실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9.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좌표를 잃고 ‘좌 아니면 우’라는 이분법적 사상몰이 당하는 배경에 오피니언 리더들의 권력욕이 있다는 겁니다. 즉 ‘민첩하면 공을 세울 수 있다(敏則有功)’는 이기가 결과적으로 좌표 유실을 가져온 셈이죠.
10. 1970~80년대 장준하 등 불의에 저항한 오피니언 리더들을 찾기 힘든 세상이 됐습니다. 민첩한 오피니언 리더들이 우르르 권력에 쓸려 다니며 우리 사회 동맥경화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들은 참 민첩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