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과하면서도 남재준 감싸기… "후폭풍은 이미 국정원을 넘어섰다""

"박근혜 대통령 사과하면서도 남재준 감싸기… "후폭풍은 이미 국정원을 넘어섰다""

기사승인 2014-04-15 19:49:00
[쿠키 정치]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에 대해 직접 유감을 표명한 것은 남재준 국정원장 책임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직접 ‘환골탈태’나 ‘송구스럽다’는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해 국정원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남 원장 거취와 관련해선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 악화를 우려한 고육책과 정국 정면 돌파라는 두 갈래 의지가 함께 담긴 투트랙 포석이다.

증거조작 정황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지난달 초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던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또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면 반드시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남 원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남 원장에게 다소 이례적으로 여러 번의 ‘기회’를 줬다. 지난해 야당의 청와대 공격 단골 메뉴였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경우에도 남 원장 경질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그만큼 박근혜정부의 첫 ‘정보수장’이자 국정원 ‘셀프 개혁’의 지휘자에 대해 무한 신뢰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보수장을 바꾸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고, 교체할 경우 청문회 정국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회의 서두에서부터 굳은 표정으로 국정원 문제를 꺼냈다. 대공사건을 다뤄온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며, 하부 조직과 지휘라인의 잘못된 관리체계까지 꼬집었다. 그러면서 환골탈태를 주문하기까지 했다. 서너 개의 문장에 불과했지만 강도는 매우 높았다. 일단 검찰 수사로 드러난 국정원의 불법·위법 행위 부분에 대해서는 대국민 사과를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그러나 원칙과 신뢰를 모토로 하는 박근혜정부가 유독 국정원 문제만큼은 역대 정권과 달라진 게 없다는 부정적 여론은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거조작의 후폭풍이 국정원 테두리를 넘어섰으며, 자칫 코앞으로 다가온 6·4지방선거 정국의 최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번 언급이 민심을 다소 진정하는 역할은 하겠지만 그렇다고 국정원에 관한 부정적 인식 자체를 불식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놓고 야당이 ‘꼬리 자르기’라거나 ‘면죄부 수사’라고 난리를 치고 있다”면서 “그런 와중에 대통령이 국정원 수장에 대해 일언반구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한 달 전 ‘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한 약속을 이번에도 대통령이 되풀이하는 모양새가 아니냐”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은 이번 사건을 여당 공격의 호재로 삼을 게 틀림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사과의 뜻을 피력한 것은 취임 이후 네 번째다. 첫 유감 표명은 지난 해 4월 고위 공직 후보자가 줄줄이 낙마했을 당시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였다. 이후 박 대통령은 같은 해 5월 미국 순방 중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사건을 일으키자 공식 석상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또 같은 해 9월 기초연금 축소 등 복지공약 후퇴 논란이 벌어질 때도 직접 사과를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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