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이관용 부장판사)는 16일 자신의 성인용품점에 여성 성기 형태의 남성용 자위기구를 판매할 목적으로 진열한 혐의(음란물건 판매 등)로 기소된 A씨(52·여)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남성의 성적 흥분이나 만족을 위해 여성 성기를 재현했다는 것만으로 음란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개인이 이런 기구를 구매해 활용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 또는 행복추구권 측면에서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문제의 기구가 비록 저속하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고 해도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남성용 자위기구에 대한 법원의 음란물 판단 여부는 실제와 비슷한 정도냐에 따라 달랐지만 2003년 5월 대법원 판례 이후 사실상 음란물로 굳어졌다. 당시 대법원은 A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돼 무죄를 선고받은 한 성인용품점 업주에 대해 “여성 성기를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표현한 자위기구를 진열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한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 판결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이런 기구의 활용과 같은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성문화가 한층 발전한 시대상에 반한다”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법의 판단에도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자위기구의 모양이 실제 성기와 유사한지 여부가 유·무죄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기구가 실제 여성 성기와 상당한 차이가 있으면 음란하지 않고, 실제와 유사하면 음란하다고 보는 것은 그 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자위기구의 본질적 기능과 목적에 비춰볼 때 이런 유사성 정도가 음란성의 기준이 돼야 하는지도 의문”이라며 대법원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A씨는 자신의 성인용품점에 여성 성기 모양의 남성용 자위기구 13개를 진열했다가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되자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A씨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70만원을 선고했고, A씨는 이에 불복, 다시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의 법리 해석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상고를 적극 검토 중이다.
남성 성기 모양의 여성용 자위기구는 2000년 10월 “남성 성기를 연상케 한다는 정도만으로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친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음란물에서 제외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