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세월호 사고 원인은 무엇?… 짙은 안개, 무리한 출항

[진도 여객선 침몰] 세월호 사고 원인은 무엇?… 짙은 안개, 무리한 출항

기사승인 2014-04-16 21:34:00
[쿠키 사회]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의 사고원인은 무엇일까. 해경은 짙은 안개 속에 무리하게 출항했다가 암초 등과 충돌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결함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짙은 안개로 암초 충돌 추정=세월호는 인천항 출항 때부터 짙은 안개로 어려움을 겪었다. 당초 15일 오후 6시30분 인천항을 떠날 예정이던 세월호는 안개 때문에 2시간30분이나 늦은 밤 9시에야 겨우 출항했다.

11시간 넘게 서해안 뱃길을 달려 전남 진도군 사고해역을 지날 때도 안개는 걷히지 않았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16일 오전 8시58분쯤 세월호가 사고해역에 도달했을 때 시정거리가 1마일(1852m)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파도는 0.5m로 매우 잔잔했지만, 짙은 안개로 시야가 흐려 암초 등과 충돌해 좌초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뒤늦게 출항한 만큼 운항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암초 등이 많은 연안 항로를 따라 운항했을 개연성이 높다. 항해 전문가들은 “진도 사고해역은 인근 조류가 매우 빠른 곳으로 더욱 신중한 항로선택이 필수적인 지점”이라고 밝혔다.

당초 세월호 선장 신모(47)씨는 휴가 중이어서 대체 선장 이모(69)씨가 키를 잡았다. 이씨는 운항경력이 많은 편이지만 고령이어서 밤샘운항이 무리였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상 항로로 운항하더라도 조금만 키를 잘못 돌리면 암초에 걸릴 수 있다.

항해 안전운행 지침에 파고 2.5m, 풍속 10m 이상 등이면 여객선 운항이 전면 금지된다. 하지만 선장이 안전하다고 판단할 경우 제한적으로 운항이 가능하다. 해경은 선장 및 선사 등을 상대로 세월호가 무리한 출항을 하게 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사방에서 파도가 치는 너울파도 등에 맞아 침몰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승선자들이 굉음을 들었다는 점으로 미뤄 칠흑과 같은 안개 속에서 암초와 부딪혔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세월호가 암초와 부딪치면서 길게 찢어진 형태의 큰 파공이 생기면서 비교적 빠른 시간에 침몰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남청도 한국해양대 기관공학부 교수는 “선박이 빠른 조류와 바람 때문에 평소 다니던 항로를 벗어나 수면 아래 바위와 충돌했을 것으로 본다”며 “선체에 옆으로 길게 찢어진 모양의 파공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박결함이나 인재(人災) 가능성도=하지만 기상청은 세월호의 사고 원인이 짙은 안개는 아닐 것으로 추정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여객선이 출항한 전날 밤 9시쯤 인천을 제외한 다른 해상은 안개가 짙게 끼지 않은 것으로 관측됐다. 또 국립해양조사원은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해역 주변에 뚜렷한 암초는 없다”고 밝혔다.

청해진해운 측은 세월호가 정상 항로로 운항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항로이탈이 아니라면 선박결함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1994년 일본에서 건조돼 20년이 지난 중고 여객선을 10여시간씩 걸리는 밤샘 운항에 투입한 게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엔진 등 성능이 저하돼 위급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도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분석자료를 근거로 “확인한 바로는 암초가 있어 배에 위해를 끼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사고 선박이 통상 다니는 항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3000t급 이상 화물선이나 국제여객선에는 항공기의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선박항해기록장치‘(Voyage Data Recorder·VDR)가 장착돼 있지만 세월호는 연안여객선이라 이 장비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항해 전문가는 “암초가 아니라면 터빈 에어탱크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항해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암초 충돌 가능성보다는 카페리 특성상 배에 실려있던 화물이나 차량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선체에 파공이 생겨 침수됐을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인천·목포=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수익 장선욱 김영균 기자 sagu@kmib.co.kr
최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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