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상가 물품보관함 앞에서 무슨 일이...1박2일간 대마 사범 13명 검거

지하상가 물품보관함 앞에서 무슨 일이...1박2일간 대마 사범 13명 검거

기사승인 2014-04-17 20:14:00
[쿠키 사회]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의 무인 물품보관함 앞에서 1박 2일간 13명의 대마 사범이 검거됐다. SNS 등으로 주문한 대마를 보관함에서 찾아가려다 검찰이 미리 쳐둔 체포망에 한 명씩 차례로 걸려들었다. 이들은 학원 영어강사, 작곡가, 댄서, 헬스트레이너, 중국음식점 배달원 등 다양한 직군의 20~30대였고, 18살의 고등학생도 끼어있었다.

앞서 김포공항 세관에 파견 근무 중인 검찰 수사관은 같은 달 15일 캐나다에서 발송된 우편물에서 비닐로 압착 포장된 대마를 다량 발견했다. 한국계 남성으로 추정되는 K씨가 국내 한 인쇄업자에게 보낸 것이었다. 검찰은 인쇄업자와 대마 배달꾼 역할을 한 J씨(여)를 찾아냈다. 이들은 우편물 안에 대마가 들어있는 줄 몰랐고, K씨가 보내온 서류봉투를 그저 맡아두거나 요청한 장소에 갖다놓는 일만 했다고 말했다. J씨는 캐나다 유학 시절 K씨와 친분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J씨를 앞세워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로 이동, K씨가 지정한 보관함에 우편물을 나눠 넣고 잠복근무에 들어갔다. 20일 오후 4시 35분 대마 2.1g이 담긴 봉투를 꺼내려던 이모(29)씨가 검거됐다. 다음날 오후 9시 10분까지 몇 십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 간격으로 대마를 꺼내려던 이들이 줄줄이 붙잡혔다. 수사관 9~10명이 대마 사범 이송과 체포를 번갈아가며 맡았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강해운)는 17일 이씨 등 13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K씨는 캐나다 벤쿠버 인근에서 대마를 재배한 뒤 인터넷으로 구매자를 모집하고 국제우편으로 국내에 대마를 보내온 것으로 조사됐다. 광고를 보고 이메일이나 SNS로 접촉해 오는 이들에게 차명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돈이 입금된 뒤 지하상가나 전철역의 보관함과 비밀번호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식이었다. 결제자 신분 노출 위험이 적은 인터넷 결제시스템 페이팔(Paypal)을 이용해 대금 정산을 하기도 했다. 대마는 1g당 5만~10만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대마 구매자들은 상당수가 미국, 영국, 체코, 프랑스 등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가 대마를 접하게 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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