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고함, 삿대질 속에 고개 숙인 박 대통령… 실종자 가족 만난 현장

[진도 여객선 침몰] 고함, 삿대질 속에 고개 숙인 박 대통령… 실종자 가족 만난 현장

기사승인 2014-04-17 21:52:00
[쿠키 정치] “우리 애가 물 속에 살아있어요. 제발 꺼내 주세요.” “선장하고 선원들이 먼저 빠져나왔다고 하더라. 어떻게 할 겁니까?” “우리 아들 살려내.” “여기가 어디라고 와. 여기 오지 말고 현장에서 지휘하라고.”

17일 저녁 세월호 침몰사고 대책본부가 차려진 전남 진도군 진도체육관. 박근혜 대통령이 인근 관매도 남서쪽 3㎞ 해상 세월호 침몰 현장에 이어 이 곳을 방문하자, 실종자 가족들은 분노와 안타까움을 토해냈다. 여기저기서 큰 고함 소리가 터졌고, 박 대통령을 향해 삿대질을 하는 가족도 눈에 띄었다.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도 박 대통령은 어린 자식을 잃은 아픔과 좌절, 실낱같은 희망의 끈이나마 잡으려는 가족들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들었다. 간혹 거친 욕설까지 터져 나왔다. 박 대통령은 연신 고개를 숙였다.

“철저하게 조사하고 원인을 규명해 책임질 사람은 엄벌토록 하겠습니다.”

체육관 단상에 오른 박 대통령의 말은 흥분했던 가족들을 다소 누그러뜨렸다. 박 대통령은 “안타깝고 애가 타고 참담하겠지만 구조 소식을 기다려주기 바랍니다. 이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는데…”라고도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한 학부모가 구조 책임자의 신속한 구조작업 브리핑과 구조 현황판 설치 등을 요구하자, 즉석에서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향해 “누구보다 애가 타고 미칠 것 같은 가족들에게 구조상황을 알려줘야 할 것 아니냐. 현장을 즉각 알 수 있는 사람을 배치해 가족들 요청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라”고 강하게 지시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큰 목소리로 “가라앉은 선체로 빨리 공기를 주입해야 애들이 살 게 아니냐. 도대체 뭘 하느냐. 아직도 공기주입이 안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가족들도 이에 가세했다. 김 청장이 “잠수부 500명을 투입해 수색하고 있다”고 하자, 가족들은 다시 “이때까지 거짓말만 했다. 저것도 거짓말”이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한동안 박 대통령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다시 김 청장을 향해 “가족들이 저렇게 안타깝게 현장을 다 알고 싶어 하는데 왜 공기 주입이 안 되는지, 되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이런 걸 다 알리라”고 거듭 주문했다.

대화 말미 무렵 다른 학부모가 “가시면 안 된다. 떠나면 그대로”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이 자리에서 지키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면 이 사람들(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김 청장 등을 지칭) 다 물러나야 합니다”라고 답했다. 다른 가족이 “우리는 너무 많이 속았다. 제 휴대전화 번호를 가져가 오늘 한 약속이 지켜졌는지 물어봐 달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전화번호를 주세요. 제가 전화를 드려 확인해보겠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의 진지한 태도와 대답에 가족들의 분노는 조금 진정됐고, 일부 학부모는 박수를 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단상에서 내려올 때 이번 사고에서 실종된 부모와 떨어져 혼자 구조된 다섯 살 권모 양에게 다가갔다. 권 양이 “가지 마”라며 엉엉 울음을 터뜨리자, 박 대통령은 “아~”하고 탄식하다, 권 양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얼굴은 침통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진도군 조도면 관매도 남서쪽 3㎞ 해상 침몰 현장을 방문, 구조 상황을 점검했다. 군과 해경의 구조작업을 독려하면서 박 대통령은 “날씨도 쌀쌀한데 물속은 더 추운 것 아니겠느냐. 생존자가 있다면 1분 1초가 급하다”고 구조작업을 독려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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