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마지막 희망 ‘에어포켓’을 찾아라

[진도 여객선 침몰] 마지막 희망 ‘에어포켓’을 찾아라

기사승인 2014-04-18 00:06:00
[쿠키 사회] 해양사고 전문가들은 ‘에어포켓’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에어포켓은 배가 침몰할 때 밀려들어온 물의 수압으로 인해 밀폐된 곳에 공기가 남아 있는 공간을 말한다. 여기서 생존자들이 힘겹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빠른 구조작업이 최우선이지만, 악천후와 거센 조류로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생존자들이 있다면…=세월호는 선수 일부분만 남기고 모두 물에 잠긴 상태다. 배가 뒤집혀 있기 때문에 물에 깊이 잠겨 있는 고층 지역보다 저층에서 생존 확률이 높을 것으로 해양사고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1, 2층의 경우 차량과 화물이 실려 있어 생존자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러나 학생들이 묵었던 3층 객실과 인근 식당, 그리고 4층 객실 일부에 에어포켓이 만들어졌다면 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3층은 80여명, 4층은 35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사고 시간은 아침식사 직후 시간대였다. 예상 외로 많은 학생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구조 당국이 배안에 공기주입을 시도하는 이유도 에어포켓 안에서 숨쉬고 있을지 모를 생존자들을 위해 산소 농도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2012년 1월 이탈리아 근해에서 침몰한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사고 당시에도 좌초 36시간 만에 구조된 사람이 있었다. 희망을 버리기는 이른 시점이다. 그러나 침몰된 배의 모습으로 추정했을 때 3,4층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물에 잠겨 있어 생존자가 발견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에어포켓이 아이들 있는 곳에 형성됐다면 생존 가능”=에어포켓이 만들어졌다면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그 안에서 생존한 인원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해양대 남청도 교수는 “배가 침몰된 모습을 보면 에어포켓은 있다”면서 “배 앞부분이 떠 있는 것은 배안에 남은 공기가 부력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생존의 필수 조건은 학생들이 있던 바로 그곳에 에어포켓이 생겨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에어포켓을 찾아 이동해 많은 수가 모여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뒤집힌 선박에서 일반인들이 구조 인력의 도움 없이 에어포켓을 찾아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전기가 끊어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는 통로가 어딘지, 자신이 발을 딛고 서있는 곳이 천장인지 바닥인지 분간하기조차 어렵다.

에어포켓 자체가 많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수압을 가해도 물이 새지 않는 칸막이 벽인 수밀격벽(水密隔壁)이 작동됐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수밀격벽은 배의 침몰 방지와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이 확산되는 걸 막으려고 설치된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백점기 교수는 “수밀격벽을 닫는다면 에어포켓은 많이 만들어졌겠지만 탈출은 불가능하므로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선장 등이 먼저 대피한) 상황을 보니 수밀격벽이 닫혀 에어포켓이 대량으로 만들어졌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가고…= 결국 빠른 시간 안에 구조 대원들이 배 안으로 진입해 에어포켓을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이날 구조 작업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오전부터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렸으며 파도 역시 시간이 갈수록 높아졌다. 사고 해역의 조류도 빨라 자칫하면 구조 대원들이 바다 밑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는 상황이다.

낮은 수온은 시간을 더욱 촉박하게 만드는 요소다. 이날 수온은 섭씨 11도 내외였다. 남 교수는 “이 정도 수온에서 사람이 버틸 수 있는 한계는 2~3시간 정도”라면서 “심리적 공황상태에다가 저체온증까지 겹치면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오래 버티기 힘들다. 그러나 배 안의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없는 만큼 아직 희망을 버릴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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