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전 326명 죽은 남영호 침몰 수준과 같은 정부 위기관리 능력

44년 전 326명 죽은 남영호 침몰 수준과 같은 정부 위기관리 능력

기사승인 2014-04-18 17:40:01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1.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0년 12월 15일 제주도 서귀포항과 부산항을 운항하는 여객선 남영호(362톤)가 오전 1시 25분 제주상백도동 25마일 해상에서 침몰돼 승객 및 선원 326명이 사망했습니다. 우리나라 해난 사고 중 가장 큰 해상사고였습니다.

2. 당시 침몰 사고 발생 6시간 동안 당국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 1보는 어이없게도 일본 해상보안청을 통해 외신으로 보도됐고, 그제서야 당국이 알게 됐습니다. 그것도 바다를 표류하던 일본 어선이 승무원과 승객 6명을 구조하면서였죠.

3. 그때도 경찰·교통부·해군은 피해 가족 등의 잇단 문의에 “알아보는 중”이라고 만 되풀이했습니다. 외신을 받은 각 신문사에서 확인에 들어가자 “엇 뜨거라” 싶어 부랴부랴 경위를 캐기 시작한거죠.


4. 그해 12월 말 서울대 제주도 출신 학생 30여 명은 동교 법대 교정에 모여 남영호 침몰 사고에 대해 관계 당국의 책임을 규명하고 유가족에 대한 보상을 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남영호 침몰 사건이 근대화과정에서 빚어진 인명 경시 풍조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5. 이듬해 5월 부산지검은 남영호 침몰사건 결심공판에서 선장 강태수 피고인에게 살인죄를 적용,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논고에서 “선장이 침몰의 위험을 느끼면서 화물을 과적, 항해를 계속한 것은 승객 3백여명을 수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식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6. 2014년 4월 16일 진도 팽목항 앞바다 대참사는 44년 전과 다를 바 없습니다. 제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제 자리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인재는 계속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7. 당시 신문은 피해자 가족이 “우리 엄마, 아빠…”라고 울부짖고, 영하의 바닷가엔 애처로운 곡성만 들린다라고 보도했습니다.

8. 눈앞에 죽어가는 아이들을 뻔히 보고도 못 구하는 이 현실…참담하고 참담할 뿐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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