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어른들의 무책임 속에 아이들을 가뒀다”… 눈물로 덮인 부활절 예배

[진도 여객선 침몰] “어른들의 무책임 속에 아이들을 가뒀다”… 눈물로 덮인 부활절 예배

기사승인 2014-04-20 16:50:01

[쿠키 사회] 20일 오후 12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예술대학로의 안산제일교회. 단원고 수학여행단이 탑승한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 사고가 발생하고 첫 번째 주말을 맞은 예배는 어느 때보다 침통했다. 기독교의 축제기간인 부활절이지만 교인의 미소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모두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거나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할 뿐이었다.

“그가 여기 계시지 않고 그의 말씀하시던 대로 살아나셨느니라. 와서 그의 누우셨던 것을 보라.”

고훈 목사는 마태복음 28장6절을 낭독하고 ‘부활의 위로’를 주제로 가진 설교에서 “목회자의 인생에서 이렇게 무기력한 적이 없었다”며 “물속에 갇힌 아이들을 생각하면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잠도 잘 수도 없다. 눈물이 앞을 가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울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피눈물이라도 쏟겠다”며 울먹였다.

이어 승객들을 뱃속에 두고 먼저 탈출한 선장과 일부 승무원을 지적하면서 “아이들을 학업에 가둔 어른들이 이제는 어두운 쇳덩어리 속에 가뒀다. 선장과 일부 승무원은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는 자리를 지키라고 했다”며 “어른들이 무책임 속에 아이들을 가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원고 학생들의 시신을 염하는 추모예배에 참석했던 고 목사가 설교 도중 “아이들이 갇힌 뱃속에서 얼마나 벽을 긁었는지 손톱이 빠지거나 손가락이 없었다”고 말하자 예배당은 눈물바다로 바뀌었다. 교인들 사이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나왔고 목 메인 소리로 “아버지”를 외치는 교인도 있었다.

고 목사는 “죽음이 어둠이면 부활은 빛이다. 죽음이 쇳덩어리면 부활은 용광로다. 죽음이 흙탕물이면 부활은 바다다. 부활 앞에 어둠은 삼천리 밖으로 밀려나게 돼 있다. 부활의 예수가 슬픔과 아픔을 삼켜 주실 것”이라며 “생존자는 살아 돌아오고 잠자는 자는 부활로 돌아오라”고 호소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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