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외국은 국가가 나서 정신적 고통 치유한다

[진도 여객선 침몰] 외국은 국가가 나서 정신적 고통 치유한다

기사승인 2014-04-20 21:11:00
[쿠키 사회] 미국 등 선진국은 대형 참사를 겪을 때마다 재난 현장대응, 심리치료, 사후관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유사한 사태에서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가 ‘외상 후 성장(PTG)’을 주도한 것이다.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를 지켜본 미국인들은 극도의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14%가 심각한 정신질환, 20%가 중증 정신질환을 앓았다.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조사에서 2006년 16%, 2007년 21%가 PTSD 판정을 받아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심해졌다.

170여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부상한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시 폭탄 테러에선 생존자의 45%가 정신불안 증상을 보였고 이중 34%가 PTSD로 발전했다. 9·11 테러 때도 1개월 후 조사에서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는 성인의 9.7%가 우울증을, 7.5%가 PTSD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전쟁에 참여한 미국은 이미 1989년부터 보훈처 산하에 ‘국립PTSD센터’를 두고 치료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이처럼 대형 참사가 잇따르자 9·11 테러 이후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직접 재난 대응과 심리치료를 담당토록 했다. 피해자 지원 웹사이트와 핫라인이 즉각 개설됐고, 피해자뿐 아니라 목격자·일반인도 이 서비스를 통해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지금도 매년 9월 11일이 되면 심리치료 지원 시스템을 전 국민에게 안내하고 있다.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도 국민적 트라우마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고베 대지진 이후 정신적 충격의 심각성이 드러나자 후생노동성은 1년6개월간 대규모 연구 끝에 2003년 1월 ‘재해 시 정신보건 의료활동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대규모 재해·사고 관련자의 PTSD 발병을 줄이고 발병자를 지속적으로 치료하는 매뉴얼이다. 자연재해뿐 아니라 대규모 범죄나 사고에도 적용된다.

채정호 대한불안의학회장(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삼풍백화점 붕괴, 서해훼리호 침몰, 대구 지하철 참사, 천안함 폭침 등 대형 참사가 잇따랐는데도 우리는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적 외상을 조사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그 추적조사는 일개 병원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도경 황인호 기자 yido@kmib.co.kr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황인호 기자 yido@kmib.co.kr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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