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감사원이 2002년 이후 10여년간 여객선 안전 관리·감독 실태와 해상 조난사고 구조체계를 점검하는 감사를 한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선박안전기술공단 등에 대해 특별감사에 나설 방침이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감사원은 세월호 침몰사고가 수습된 뒤 예비조사를 거쳐 특별감사를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21일 “특별감사가 실시되면 이번처럼 조난사고가 났을 때 인명 구호를 위한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선박의 안전 장치와 구호 장비의 정상 작동 여부를 사전에 점검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2000년 이후 자연재난, 인적재난, 사회적 재난(에너지·원자력·수도) 등 각종 재난 관련 감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대부분 풍수해, 산사태, 대형화재와 관련된 감사였고 여객선 안전 문제나 구호 체계에 관한 감사는 거의 없었다. 2002년 4월 통영해양경찰서와 여수해양경찰서를 대상으로 한 감사에서 여객선 특별점검 시 안전관리담당자 미참여 문제와 여객선 안전관리 부적정 사례를 지적했을 뿐이다.

이와 함께 세월호의 출항 전 안전 점검이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국해운조합이 맡은 내항여객선 안전관리 업무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해운조합은 선사들의 이익단체인데다 관료 출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어 정부와의 유착관계로 안전관리 업무를 철저히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운법 22조에 따르면 내항여객운송사업자는 한국해운조합이 선임한 선박운항관리자로부터 안전운항 지도·감독을 받도록 돼 있다. 운항관리자는 여객운송사업자의 운항관리규정 이행상태를 확인하고 구명장비, 소화 설비 등이 비치됐는지 점검해야 한다. 탑승인원과 화물적재 상태 등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서 탑승 인원과 선원 수, 화물 적재량 모두 엉터리로 기재했는데도 한국해운조합 운항관리자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는 2002년 6월 감사원 감사에서 대행선박검사기관인 A협회와 B사단법인으로부터 통보받은 미수검선박의 운항을 통제하거나 고발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그 결과 2001년 1월부터 2002년 3월까지 미수검선박으로 통보받은 357척 중 49척의 선박이 각종 검사를 받지 않은 채 많게는 71차례나 운항해 해상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선박의 안전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해운조합에 안전관리 업무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기자, 인천=정창교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