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를 맞았지만 23일 현재까지 150여명은 실종 상태다. 세월호에 탔던 안산 단원고 여학생반인 9반, 10반 학생들은 구조자도 가장 적었고, 시신 발견조차 더디게 진행됐다. 지난 22일에야 9반 여학생들의 시신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학부모들은 애를 태우며 자식이 살아 돌아오길,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했지만 아이들은 일주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부모의 품에 안겼다.
22일 오후 진도실내체육관에서는 한 남성이 단상에 올라 “9반, 10반 학부모님들 3번 게이트 쪽으로 모여주세요. 시신 확인하러 팽목항으로 출발합니다”고 말했다. 말이 끝나자 몇몇 학부모들이 자리에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미처 방송을 듣지 못한 한 학부모는 “무슨 일이냐. 어디에서 연락이 온 것이냐”며 급박하게 주변에 묻기도 했다. 다른 학부모는 “○○ 발견됐대요? 여자반 애들 발견된 거예요?”라며 안타까워했다.
단원고 관계자는 “오늘(22일) 9반 학생들의 시신이 처음으로 많이 발견됐고, 10반 학생들의 시신도 인양됐다”며 “아직 DNA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정확한 숫자를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325명이 떠난 수학여행길에 현재까지 구조된 학생은 75명뿐이다. 우측 객실을 배정받은 9반과 10반 학생들은 다른 반에 비해 구조 인원이 훨씬 적었다. 각각 23명인 반 인원 중 9반은 2명, 10반은 1명만이 사지를 탈출했다.
세월호가 좌측으로 기울면서 좌측 객실을 배정받은 학생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먼저 파악했고, 바다로 뛰어들기도 쉬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우측 객실 안에서 대기하던 9, 10반 여학생들은 이미 60도 이상 기울어진 경사를 올라 출입문 밖으로 탈출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탈출을 도왔던 9반 담임 최모(24·여)씨 역시 사망했다. 최씨는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걱정하지 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는 글을 올리고 10여명을 구출하다 자신은 탈출하지 못했다.
졸지에 친구들을 모두 잃게 된 9반과 10반 생존 학생들에 대한 주변의 안타까움도 커지고 있다. 살았다는 안도감보다 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불안감도 보이고 있다. 단원고 생존자 학부모들은 대국민 호소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마저 죄인이 된 심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14년 전 부일외고 수학여행 사고로 같은 경험을 했던 김은진(30·여)씨는 지난 19일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살아 있는 사람도 돌봐 달라”고 호소했다. 김씨는 “평생 ‘왜 나를 살려주지 않고, 왜 나를 데리고 나가지 않았냐’는 죄책감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면서 “생존자들과 남은 가족들이 절대 자신을 탓하게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부일외고 수학여행 참사는 2000년 7월 1학년 학생들을 태운 관광버스 4대가 경북 김천시 경부고속도로에서 승용차 등 차량 5대와 연쇄 추돌하면서 18명이 숨지고 97명이 다친 사고다. 김씨는 당시 버스 안에서 정신을 잃었으나 친구들이 업고 나와 화를 면했다.
안산=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