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해양수산부와 인천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세월호가 선실을 증축하자 한국선급은 세월호에 대해 ‘구조변경 뒤 무게중심이 51㎝ 높아졌으므로 화물을 덜 싣고 평형수를 더 채우라’고 지시했다. 구체적으로 ‘화물량은 구조변경 전 2437t에서 987t으로 1450t을 줄이고 여객은 88t에서 83t으로 5t 축소해야 하며 평형수는 1023t에서 2030t으로 1007t을 늘려야 복원성이 유지된다’고 적시했다.
그런데 선박 출항 전 과적·과승을 단속하는 한국해운조합의 운항관리실에는 이 같은 정보가 통지되지 않았다. 한국선급의 조건부 통과의 요건은 ‘복원성 자료’에 담기는데 이 서류는 선주(船主)에게만 건네지기 때문이다. 한국선급은 검사를 통해 안전운행을 위한 조건을 제시했지만 정작 현장의 단속 담당자는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단속을 해온 것이다. 특히 선박운항관리자가 단속의 근거로 삼는 세월호의 운항관리규정에도 이런 사항은 담겨있지 않다. 결국 선주만 이런 요건을 알고 있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과적을 할 수 있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운항관리자도 일일이 화물의 무게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배 측면에 표시된 만재흘수선(滿載吃水線·선박이 물에 잠기는 깊이를 표시한 선)을 보고 점검을 한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선사(船社) 입장에서는 화물을 더 많이 실어 운송 수입을 챙기고 그만큼 평형수는 덜 싣는 식으로 만재흘수선을 적당히 맞춰 운행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된다.
한국선급의 검사 결과가 실제 현장의 단속의 지침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제도상 허점이 이 같은 편법 운항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선박 개조 역시 당국의 허가가 아닌 한국선급의 검사만 통과하면 가능해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세월호는 일본에서 수입된 뒤 뱃머리 쪽에 있던 50t 무게의 사이드램프를 철거한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