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처 금융투자 잔액 1년새 64% 급증

조세회피처 금융투자 잔액 1년새 64% 급증

기사승인 2014-04-24 23:29:01
[쿠키 경제] 지난해 국내 기업이 조세회피처에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송금한 돈이 1년 전보다 64%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인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24일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비금융 국내 기업이 케이만군도와 버뮤다, 버진아일랜드,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투자 목적으로 송금한 돈의 잔액은 26억6000만 달러에 달했다. 1년 전(16억2000만 달러)보다 64.2% 늘어났다. 이는 기업들이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한은에 신고하고 합법적으로 송금한 내역만 집계한 것이다.

조세회피처 4곳에 보낸 금액은 2009년 5억 달러에서 2010년 8억2000만 달러, 2011년 10억4000만 달러, 2012년 16억2000만 달러, 2013년 26억6000만 달러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역별로 보면 케이만군도에 대한 투자 잔액이 2009년 7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5억1000만 달러로 약 36배 폭증했다. 나머지 3개 지역 송금액은 감소했다.

조세회피처로 향한 자금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저금리’가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조세회피처로 나간 돈이 급증한 것은 국민연금공단이 해외투자를 늘린 영향이 크다”면서 “국민연금 입장에선 돈을 절약하기 위해 세율이 낮고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합법적 송금 외 음성적으로 흘러간 자금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조세회피처로의 불법 자본유출 실태 보고서’에서 2012년 당국에 신고되지 않고 외국에 유출된 자본이 최대 24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국내 주요 그룹이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법인은 모두 125개로 자산 총액은 5조7000억원에 달했다. 따라서 불법적인 자금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탈세 목적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조세회피처에 대한 투자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역외탈세 목적도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세당국이 실상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한장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