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흥준)는 25일 유씨의 국가보안법상 간첩 혐의 등을 무죄로 판단하고 유씨가 탈북자로 위장해 지원금을 타낸 혐의 등은 유죄로 인정해 원심처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5만원을 선고했다. 유씨는 국가를 속여 지원금을 받은 사기 혐의를 추가로 받았으나 검사가 항소하지 않은 부분의 형량을 높일 수는 없다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형량이 늘어나지 않았다. 재판부는 “탈북자로 위장해 8500만원을 부당 지급받은 피고인의 죄는 가볍지 않지만 피고인이 나름대로 애국심을 보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위조된 것으로 드러난 유씨의 출·입경기록은 검찰이 증거에서 철회한 터라 재판부가 관련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자백한 유씨 여동생 가려(27)씨의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국정원이 가려씨를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사실상 독방에 구금하고 변호사 접견권도 제한하는 등 형사소송법 절차를 어겼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가려씨가 스스로 화교라고 밝힌 후부터 보호 조치가 해제됐어야 한다”며 “국정원장이 171일 동안 가려씨 신체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나온 가려씨 진술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당시 재판이 정당한 사유 없이 비공개로 진행돼 공개재판을 받을 가려씨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날 유씨에게 피고인석에 앉아 선고를 들을 것을 권했으나 유씨는 1시간30여분동안 진행된 선고를 고개를 숙인 채 서서 들었다. 그는 선고 직후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간첩 조작 사건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씨 측 변호인은 “가려씨가 국정원에서 받은 가혹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친인척들의 대북송금 사업에 관여한 혐의로 별도 고발된 유씨를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