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노승열(23·나이키골프)이 한국 남자골프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 2년 만에 취리히 클래식에서 데뷔 첫 우승컵을 안은 노승열은 순수 한국선수로는 최경주(44·SK텔레콤), 양용은(42·KB금융그룹), 배상문(28·캘러웨이)에 이어 네 번째 PGA 투어 챔피언이 됐다.
노승열은 28일(한국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애번데일의 루이지애나 TPC(파72·7399야드)에서 열린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친 노승열은 공동 2위 앤드루 스보보다, 로버트 스트렙(이상 미국·17언더파 271타)를 2타차로 밀어냈다. 우승상금 122만4000 달러(약 12억7000만원).
2008년 아시안투어 미디어 차이나 클래식, 2010년 유럽프로골프 투어 말레이시아오픈, 지난해 PGA 투어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 대회 등에서 한 차례씩 우승한 노승열이지만 PGA 투어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5월 29일 만23세 생일을 앞둔 노승열은 한국 챔피언 중에서는 가장 어린 나이에 우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대회는 2002년 당시 컴팩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열렸을 때 최경주가 우승해 한국선수들과는 인연이 깊다.
2012년 PGA 투어에 첫발을 내디딘 노승열은 2013년에는 난조에 빠져 투어 카드를 잃을 뻔했다. 하지만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 파이널 대회에서 우승하며 2013-2014 시즌에 합류했다.
이달 초 휴스턴 오픈 도중 손목을 다쳐 기권한 뒤 3주 만에 필드로 돌아온 노승열은 경기전 “세월호 참사로 실의에 빠진 국민 여러분께 좋은 소식을 들려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었다.
데뷔 첫 승으로 노승열이 얻는 혜택은 상금 만이 아니다.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을 받아 16위로 올라선 노승열은 5월 8일 개막하는 ‘제5의 메이저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8월 7일 열리는 PGA 챔피언십, 2015년 마스터스 출전권 확보는 물론 2015-2016년 시즌까지 PGA 투어 출전을 보장받았다.
2타 차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노승열은 경쟁자들이 초반에 스스로 무너지는 바람에 첫 우승을 노리는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
동반 플레이어 키건 브래들리(미국)는 6번홀(파4)에서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려 4타 만에 볼을 그린 위에 올린 뒤 3퍼트로 트리플보기를 적어내며 우승권에서 멀어져 공동 8위(13언더파 275타)로 떨어졌다. 이글과 연속 버디를 잡고 추격하던 스트렙은 9번홀(파3)에서 티샷을 워터 해저드에 빠뜨린 뒤 2타를 잃어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1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낸 노승열은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8번홀과 10번홀(이상 파4)에서 버디를 낚아 2위 그룹과의 격차를 3타로 벌렸다.
노승열은 12번홀(파4)에서 1타를 잃어 주춤했지만 13번홀(파4)에서 행운이 찾아왔다. 코스를 가로지르는 티샷으로 직접 그린을 노렸지만 볼은 그린 뒤 러프에 떨어졌다. 좋지 않은 라이에서 친 두 번째 샷은 너무 강하게 맞아 그린 밖으로 나가는 듯 했지만 깃대를 맞고 홀 1m 옆에 떨어져 노승열은 가볍게 버디를 잡을 수 있었다.
노승열이 15번홀(파4)에서 다시 1타를 잃은 사이 스트렙이 다시 타수를 줄이며 1타차로 따라 붙었지만 노승열은 16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1.2m에 붙여 다시 버디를 낚았다.
노승열은 18번홀(파5)에 들어서 무리하지 않고 세 번째 샷으로 볼을 그린 위에 올린 뒤 2퍼트로 마무리, 양용은 등 형님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24)는 공동 25위(8언더파 280타), 배상문과 위창수(42·테일러메이드)는 공동 34위(6언더파 282타)에 올랐다. 양용은은 4언더파 284타를 쳐 공동 48위에 머물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