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라는 자가, 다 끌어올리지도 않았는데…” 팽목항 봉사자들 성토

“총리라는 자가, 다 끌어올리지도 않았는데…” 팽목항 봉사자들 성토

기사승인 2014-04-28 11:20:01
[쿠키 사회]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진 27일 오전 10시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 실종자 가족들은 정 총리 사의 표명퇴 회견이 중계되는 TV에 잠시 시선을 고정하는 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돌렸다. 시간이 갈수록 굵어지는 빗발이 원망스러운 듯 하늘을 올려보거나 바다를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바다에는 성난 파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탈진한 듯 누워서 미동조차 않는 가족도 상당수였다.

진도체육관 바닥에 누워 있던 한 여성은 정 총리 사의 표명 소식이 나오자 잠시 일어나 TV 화면을 바라봤다. 1분여 지켜보고는 “아휴∼” 하며 긴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자리에 누워버렸다. 이후 대여섯 차례 총리 사의 표명 뉴스가 TV에 나왔지만 반응을 보이는 가족은 별로 없었다. 일부 가족들은 둘러앉아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 후 흩어져 체육관 바닥에 지친 몸을 뉘었다. 점심시간에도 대부분 밥보다는 찬 바닥에서 새우잠을 청하는 모습이었다. 50대로 보이는 남성은 “○○야, 어디 있냐. 밥먹자” 하며 다른 가족을 챙기기도 했다.

팽목항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대기실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50대 남성은 총리 사의 표명 소식을 전하는 대형 스크린 바로 옆을 지나 방파제로 걸어 나가더니 담배를 피워 물었다. 비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지만 우산을 들거나 비옷을 걸치지도 않았다. 까맣게 탄 피부와 미간에 깊게 파인 주름, 붉게 충혈된 눈이 사고 후 10여일간의 마음고생을 말해주는 듯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침묵했지만 이들을 옆에서 지켜보던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는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팽목항에서 식사 지원을 하고 있는 한 여성 자원봉사자는 “진작 그만뒀어야 했다. 다른 장관들도 당장 그만둬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봉사자들은 “총리라는 사람이 저렇게 가볍다니…” “지금 그만두는 건 무책임한 것 아니냐” “최소한 실종된 사람들을 바다에서 다 끌어올린 뒤 그만둬도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김상기 기자
yido@kmib.co.kr
김상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