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천자는 농담이 없다, 대통령은 눈물이 없다

[기자수첩] 천자는 농담이 없다, 대통령은 눈물이 없다

기사승인 2014-04-28 16:21:01

[친절한 쿡기자 - 기자수첩]

우리의 대통령은 눈물이 없다. 우리의 대통령은 사과가 없다. 눈물을 흘리고 사과를 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이 수많은 아이들이 죽은 상황에서 누가 눈물이 나지 않고, 누가 내 잘못이라고 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대통령은 강하고, 자존심이 세다.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 13일째다. 단 한 사람도 구조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는 스텝이 꼬여 헛발질하기 일쑤다. 국민의 분노가 체념으로 바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에게 두 번의 기회를 놓쳤다.

사건 발생 이틀째 진도 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때 발 빠른 위기 대응력으로 비쳐졌다. 초동 대응에 실패한 해경 등에 사력을 다해 구조할 것을 지시하고, 피해자 가족을 만나 사실상의 사과를 했다.

한데, 피해자 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황망한 차림새로 마이크를 들고, “내 자식 살려내라”고 울부짖는 학부모 앞에서 ‘일문일답’을 끝까지 하는 대통령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회를 놓쳤다.

절규하는 피해자 부모를 끌어안고 같이 울었으면 될 일이다. 더구나 여성 대통령 아닌가. 체육관 바닥에 내려가 절규하는 부모들의 ‘모진’ 소리를 들으면 어떤가, 그 분들이 다급한 심정에 대통령을 끌어당겨 털썩 주저앉게 되면 어떤가. 그 분들과 울었으면 될 일이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성경 말씀이 아니더라도 누가 그 자리에서 진심으로 울지 않겠는가 말이다.

참모진은 경호 문제 등 프로토콜을 염려했을 것이다. 의당 직무에 충실한 일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대통령이 내쳐야 했다. 한 때 유세 중 괴한의 습격으로 칼까지 맞았던 대통령이었다. 그 자리는 유세 때와 달리 대립의 현장이 아니었다. 같이 울어야 하는 통곡의 현장이었다. 마이크를 잡기보다 체육관 바닥으로 내려서 껴안았으면 될 일이다. …우리의 대통령은 강했다.

그 때 대통령의 지지율이 71%였다. 못할게 무엇이었겠는가. 일문일답보다 단 한마디, “내가 책임진다. 다 구해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라”였으면 될 일이었다.

그 스텝이 꼬인 후 열하루가 지났다. 단 한사람도 아직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그 책임을 지고 27일 국무총리가 사의 표명을 했다. 여기서 대통령은 두 번째 실기를 했다.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기 앞서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했어야 했다. 수석비서관이나 국무위원 모인 자리가 아니라 국민만을 위한 자리에서 말이다.

이렇게 또 한번 실기하고 총리가 사의 표명하다 보니 대통령에 누가 돼 ‘사의 표명’한 것처럼 비쳐졌다. 앞서 지난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통령이 “책임 있는 사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질책은 결코 대국민 사과가 아니다.

우리의 대통령은 13일째 국민에게 말을 아끼고 있다. ‘천자(天子)는 농담이 없다’고 했는데 우리의 대통령은 눈물이 없다. 대한민국에 지금 눈물처럼 비가 내린다. 진도 앞바다에는 통곡의 비가 내린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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