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전문] 朴 대통령 “국가안전처 설치, 국가개조 차원서 접근”

[세월호 침몰 참사-전문] 朴 대통령 “국가안전처 설치, 국가개조 차원서 접근”

기사승인 2014-04-29 13:12:01

[쿠키 정치]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참사 열나흘째를 맞은 29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국무회의 주재 전 국민의례를 한 후 박 대통령의 제안으로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했다.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대국민 사과보다 각부 장관들인 국무위원들에게 지시하는 성격이 강했다. 잘못된 적폐, 국가안전처 설치, 국가개조 등이 언급됐다. 국무위원 가운데 수장인 정홍원 국무총리는 진도로 파견돼 참석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시작하면서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지도 벌써 13일이 지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당초 국무회의 취재에 들어간 청와대 출입 풀단 기자가 정확한 말을 듣지 못해 이 대목이 “벌써 17일이 지나고 있습니다”로 알려졌지만, 약 3시간 뒤 청와대는 공식 녹취록을 확인한 후 “13일”이 맞다고 알려왔다. 참사 열나흘째이자 만으로 13일이 지났다는 의미다.

다음은 청와대가 밝힌 박근혜 대통령 국무회의 주재 모두발언 전문. A4 용지 세장 분량으로 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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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를 개최하겠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지도 벌써 13일(당초 17일로 잘못 알려짐)이 지나고 있습니다. 합동분향소가 마련되어 오늘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소중한 가족을 잃은 슬픔과 비통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시간은 흐르는데 아직 많은 분들이 가족들의 생사조차 모르고 있고 추가적인 인명구조 소식이 없어서 저도 잠을 못 이루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가족 친지 친구를 잃은 슬픔과 고통을 겪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드립니다. 특히 이번 사고로 어린 학생들의 피어보지 못한 생이 부모님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아픔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 데 대해 뭐라 사죄를 드려야 그 아픔과 고통이 잠시라도 위로를 받으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었는데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번 사고에 대해 총리께서 사의를 표하셨지만 지금은 실종자를 찾기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국민과 국가를 위한 충정으로 최선을 다한 후에 그 직에서 물러날 경우에도 후회 없는 국무위원들이 되길 바랍니다. 여기 계신 국무위원들께서도 가족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헌신과 노력으로 소명을 다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 이후의 판단은 국민들께서 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들, 국민의 분노를 일으킨 부분들에 대해서는 우리는 사죄하는 마음으로 그 문제들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반드시 밝혀내야 합니다.

저는 과거로부터 겹겹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도 한스럽습니다. 집권 초에 이런 악습과 잘못된 관행들,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는 노력을 더 강화했어야 하는데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드시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잘못된 문제들을 바로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틀을 다시 잡아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에 나설 것입니다.

지난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세월호의 선박 도입에서부터 개조, 안전 점검, 운항 허가 과정 등 단계별로 전 과정에 걸친 문제점과 이번 사고 발생 직후 재난대응 및 사고수습 과정 일체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번에는 결코 보여주기식 대책이나 땜질식 대책발표가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사고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방지대책을 만들어 왔지만 계속해서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이런 대참사가 또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더 이상 사고 발생과 대책마련, 또 다른 사고발생과 대책마련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돼서는 안 됩니다. 이번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안전 시스템 전체를 완전히 새로 만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합니다.

내각 전체가 모든 것을 원점에서 국가개조를 한다는 자세로 근본적이고 철저한 국민안전대책을 마련해 주시길 바랍니다.

우선 이번 침몰사고의 원인부터 제대로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운사와 선장, 승무원들의 무책임한 태도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 고질적으로 뿌리내려 고착화된 비정상적인 관행과 봐주기식 행정문화가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선박 부실관리, 과적 승선, 승무원 훈련 미실시 등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면 20년 전 서해훼리호 사고 때와 다를 바가 없는데, 그만큼 잘못된 관행이 전혀 고쳐지지 않고 뿌리 깊게 고착화 돼 있고 그 때마다 땜질식 처방만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지난해 원전비리와 숭례문 복원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원전분야 종사자간에 비리 사슬구조와 문화재의 카르텔 구조가 밝혀졌습니다. 해운업계도 지난 수십 년간 여객선 안전 관리와 선박관리를 담당하는 해운조합 한국선급 등 유관 기관의 감독기관 출신의 퇴직공직자들이 주요 자리를 차지하면서 정부와 업계가 유착관계가 형성되어 해운업계의 불법성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습니다.

2009년에 해운법 시행규칙을 바꿔 선박연량을 최대 30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도록 한 후 세월호 같은 노후선박들은 많아졌고 구조변경과 과선적 등 안전에 관련된 문제는 더 많아지고 중요해졌는데 선박에 대한 관리감독 및 감시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법을 다시 개정해서라도 안전하고 노후된 선박되지 않은 배가 다닐 수 있도록 하고 안전점검과 운항관리 규정도 개정해서 더 이상 잘못된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비단 원전 문화재 해운 분야뿐만 아니라 철도 에너지 금융 교육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내부 사슬구조를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언론, 시민단체도 쉽게 파악하기 어렵고 통제하기 어려워서 여기서 쇄신하지 않으면 점점 더 고착화되고 비정상을 증폭시킬 것은 자명합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에 고질적 집단주의가 불러온 비리의 사슬을 완전히 끊어내야 합니다. 해운업계는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업계와 유착관계가 형성되고, 이 과정에서 불법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는 폐해가 생기지 않도록 앞으로 유관기관에 퇴직 공직자들이 가지 못하도록 하는 등 관련 제도를 근본적으로 쇄신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민관유착의 문제를 넘어 공직사회가 바뀌어야 하고 공직자들이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 국민들이 공무원들의 무책임과 의식에 분노하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을 대신하는 국무위원들도 국민의 분노가 신뢰로 바뀌도록 사명감으로 일해 주셔야 합니다. 이제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떠한 위선도 말만 앞서는 정치도 국민들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정직과 국민을 위한 봉사와 희생이 최선을 길이라는 인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입니다. 저는 이번에 공직사회에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공직사회가 그동안 폐쇄적인 채용구조 속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부처 칸막이 속에서 부처 이기주의가 만연하며 순환보직 시스템에 따라서 여러 보직을 거치다 보니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 관료만 양성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문제는 공공기관 정상화나 규제개혁처렴 과거정부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방법까지도 제시돼 왔지만 문제는 실행에 옮기지 못했거나 실행에 실패한 것입니다. 이번만큼은 소위 ‘관피아’나 공직 ‘철밥통’이라는 부끄러운 용어를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심정으로 관료사회의 적폐를 국민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실히 드러내고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과거부터 관행적으로 내려온 소수 인맥의 독과점과 유착은 어느 한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부처의 문제입니다. 국무위원을 포함해서 이 자리에 모든 고위 공직자가 소속 기관의 이런 병폐를 낱낱이 찾아서 고쳐 나가야 할 것입니다. 특히 공무원 임용방식, 보직관리, 평가, 보상 등 인사 시스템 전반에 대해서 확실한 개혁방안을 마련해 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에 문제점으로 지적된 재난안전의 컨트롤 타워에 대해서는 전담 부처를 설치해서 사회재난과 자연재해 관리를 일원화해, 효율적이고 강력한 통합 재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국가차원의 대형사고에 대해서는 지휘체계에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리실에서 직접 관장하면서 부처 간 업무를 총괄 지휘 조정하는 가칭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려고 합니다. 새로 만드는 국가안전처는 군인이 전시에 대비해서 반복 훈련을 하듯이 인명과 재산피해를 크게 가져오는 사고를 유효화해서 특공대처럼 대응팀을 만들어 평소 훈련하고 만의 하나 사고가 나면 전문팀을 파견해서 현장에서 사고에 대응토록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화학물질 유출이나 해상 기름유출, 전력, 통신망 사고 등 새로운 형태의 재난과 국민생활과 직결된 복합재난 등에 상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전담 부처와 소관 부처가 협업해서 국민안전을 제대로 지켜 나갈 것입니다. 이 부처는 재난 안전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 조직으로 확실히 만들 것이며, 이를 위해 순환 보직을 제한하고 외국인 전문가 채용까지 고려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속히 이런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만들어 국회와 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무위원들께서는 이번에 많은 희생을 낸 세월호의 악몽이 다시 되풀이 되지 않도록 과거의 모든 관행과 관습을 고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사력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만들고 있는 국민안전 마스터 플랜도 국가 개조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랜 수립과정에서 국민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제한없이 검토해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지금 구조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민관 잠수사 여러분께서는 피로가 누적되고 기상조건이 안 좋아 구조에 어려움이 크겠지만 애타게 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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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국민일보DB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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