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계절의 여왕 5월이 돌아왔지만 화창한 날씨를 즐기지 못하고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보통 3월부터 우울증이 늘어나서 4~5월에 절정을 이루다가 6~7월이 되면서 다시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실제로 2012년 기준, 1월에 우울증을 치료받은 환자는 19만8119명이었으나 5월에는 21만6252명으로 2만명이 늘었다. 자살률 역시 전통적으로 5월이 가장 높다.
이재원 강남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화창하고 아름다운 봄날에 오히려 삶에 대해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호소하거나 회사에서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고 우울증을 상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며 “일반적으로 봄철에는 우울증이 심해지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봄철 우울증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다만, 일조량과 온도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와 뇌 속 시상하부의 일시적인 이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봄철에 이사, 진학, 이직, 업무변경, 퇴직 등의 신상 변화가 많다는 것도 봄철 우울증의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평소보다 과로한 뇌가 피로를 느끼게 되면 이로 인해 생체리듬이 깨어지기 쉽다. 내면의 심리 상태와 대비되는 활기찬 주변 환경 속에서 느껴지는 고독감 등은 우울증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울증은 우울한 감정보다 먼저 신체적인 변화, 즉 수면시간이나 식욕의 변화, 혹은 급격한 피로감이나 무기력감, 복통 등의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평소와는 다른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났다면 혹시 우울증의 전조증상은 아닌지 차분히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 보자. 전문의와의 상담이 가장 정확하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온라인이나 모바일의 자가체크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자신의 상황을 점검해 보고 그에 따라 적절한 관리법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하이닥에서는 스트레스와 우울증 정도 등을 스스로 체크할 수 있는 자가체커 프로그램을 서비스한다. 총 18문항으로 이뤄져 있는 설문에 응답하면 우울증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의사찾기 기능’을 통해 정신건강의학과 혹은 전국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위치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전화 연결도 가능하다.
온라인을 통해 정신건강을 자가치유 할 수도 있다. 서울시정신보건센터에서 운영하는 ‘마음터치(http://mindspa.kr)’는 인지행동치료를 기반으로 해 우울증 극복을 도와주는 온라인 프로그램이다. 총 6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회기를 중단하더라도 재로그인 시 중단된 부분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서울시정신보건센터 홈페이지(www.mindspa.kr)에서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재원 교수는 “봄철에는 신체적 정신적 리듬이 깨져 우울증이 찾아오기 쉽지만, 정작 스스로는 잘 모르고 방치하다가 심각한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체적 변화를 포함하여 자신의 상태를 자주 점검하고 체크해서 우울증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벼운 우울증은 개인의 노력으로도 개선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우선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하루 30분 이상 야외 활동을 통해 햇볕을 쬘 것을 권장한다. 특히 봄철에는 갑작스레 늘어난 일조량에 수면을 방해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잘 때는 꼭 커튼을 치고 자고, 낮잠은 30분 이내로 줄인다. 샤워 후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이완시켜주면 잠을 청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야외에서 볕을 쬐면서 가볍게 운동을 하면 우울증을 막아주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늘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우울한 기분을 이겨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으로도 증상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2주 이상 우울감이 지속되거나, 체중의 급격한 변화, 장기간의 수면 이상 등이 나타날 때는 주저하지 말고 병원이나 정신건강증진센터 등을 찾아 도움을 받아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