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그 지하철에는 우리 엄마가 타고 있었어요.”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추돌한 열차로부터 무사히 돌아온 가족과 친구에 대한 감사와 안도가 3일 인터넷으로 쏟아졌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주변 사람들과 갑작스럽게 작별할 수 있다는 대중의 불안과 공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는 ‘엄마가 사고 지하철에 탔었다. 그런데…’라는 제목의 글이 네티즌의 관심을 받았다. 글을 작성한 시간은 사고 발생 네 시간여 만인 지난 2일 오후 7시42분이었다. 작성 하루를 넘긴 이날 오후 8시 현재 3만5000건 이상의 조회수와 700건 이상의 추천을 받았다.
작성자는 “뉴스를 보고 놀라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더니 사고 지하철을 탔다고 하셨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머니는) 다행히 좌석에 앉아 있었다. 서있던 사람들은 모두 나동그라졌다고 했다. 곧바로 정전이 되자 깜깜한 암흑 속에서 바로 옆문은 비뚤어져 열리지 않고 다음 문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누군가 레버를 당겼는지 옆문을 열고 겨우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며 어머니의 탈출 과정을 상세하게 적었다.
그는 “피를 흘리는 사람이 많아 어머니는 잠시 쉬었다가 괜찮다고 생각해 귀가했다고 한다”며 “처음 놀란 건 가까운 사람이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사고 현장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로 놀란 점은 아무리 희생자가 많은 사고가 발생해도 안내방송이 없고 역내에서 순발력 있는 대응이 없는 등 (안전불감증은) 마찬가지였다는 점이었다”고 했다.
비슷한 내용의 글은 커뮤니티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500여명이 대피하고 240여명이 부상하는 등 사고 현장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탓에 가족과 친구의 탈출 과정이나 목격담이 인터넷을 타고 흘러 나왔다. “여자친구가 울면서 전화를 했다” “친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계속 보내도 확인하지 않아 답답했다” “오랜 시간 동안 전화를 받지 않은 어머니가 뒤늦게 걸어온 전화를 받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나 대구 지하철 화재 등을 떠올린 일부 네티즌의 항의도 잇따랐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을 운영하는 기관이나 기업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폭발했다. “불이 나지 않았으니 다행이지만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런 사고가 발생하느냐”는 글이 쏟아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과했다. 박 시장은 전날 오후 5시30분부터 현장에서 사고 수습 등을 지휘하면서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부상을 입은 승객 모든 분에게 죄송한 마음과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0시17분쯤 운행이 재개되자 현장에서 지하철을 직접 탑승하고 시청으로 복귀했다. 시는 사고의 원인을 신호기 고장에 따른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