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핸드볼 스코어' '잦은 실책'이 프로야구 죽인다

[프로야구] '핸드볼 스코어' '잦은 실책'이 프로야구 죽인다

기사승인 2014-05-08 01:44:00
[쿠키 스포츠] 화끈한 화력쇼. 핸드볼 스코어와 비슷한 다득점. 겉으로는 박진감 넘쳐 보이지만 수준 하락과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올 시즌 프로야구 얘기다.

이달 들어 3일을 제외하고 매일 두자릿수 득점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롯데-두산전에서는 시즌 최다 점수가 나왔다(19대 10 롯데 승). 이번 시즌 들어 한 팀이 두자릿수 득점을 한 경기는 22.2%에 달한다(126경기 중 28경기). 5경기 중 1경기 꼴이다. 20점 이상 경기도 두 번 있었다.

이렇다보니 몇 점을 앞서도 승부를 알 수 없는 경기가 속출하고 있다. 관중 입장에서는 흥미롭겠지만 사령탑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다.

다득점 경기가 난무하는 것은 올 들어 심화된 ‘타고투저’ 현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실책이 10년내 가장 많은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이다.

올 시즌 외국인 타자 영입으로 타선 강화는 예상됐지만 이 정도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9개 구단의 외국인 타자들은 6일 현재 48개의 홈런을 치며 전체 홈런의 22%를 점하고 있다. 토종 거포들도 예년에 비해 빠른 속도로 홈런 경쟁에 가세했다.

다득점 경기는 얇은 투수층과 무너진 불펜 탓이 크다. 올 들어 대부분 팀에서 선발진이 빨리 무너져 불펜 위주의 경기가 많아졌다. 그렇다보니 불펜이 강한 팀이 상위권에 올라있다. 불펜 평균자책점 3위내 팀은 팀 순위에서도 3위내에 들어있다. 올해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4.91이지만 3위 삼성은 2.94, 2위 NC 4.31, 1위 넥센은 4.33이다. 선발진을 보면 NC는 선발 3명이 6이닝 이상을 던졌고, 삼성은 선발투수가 25경기에서 19차례나 6회에도 마운드에 나왔다. 이들 팀을 제외하면 나머지 7개팀은 선발투수를 길게 끌고 가지 못하고 조기 강판 사례가 많았다.

선발 투수들의 기량이 떨어지는 점도 있지만 사령탑의 조급함도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리그 중반까지 중위권을 지키지 못하면 추격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초반에 무리를 해서라도 승리를 챙기려는 조급함이 불펜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불펜에서도 필승조와 패전처리조의 기량차이가 큰 것도 대량실점의 원인이 되고 있다. 초반에 선발투수가 무너져 패전처리조가 나올 때면 다득점이 속출한다.

잦은 실책도 리그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 6일 한화-LG전은 실책으로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지난 1일 KIA-SK전에서 SK는 무려 8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올 들어 실책은 경기당 1.52개로 지난해 1.26개를 훨씬 능가한다. 역대 최다인 1999년 1.57개 육박하는 실책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국내 야구팬들은 어떻게 볼까. 한국팬들은 추신수·류현진을 통해 메이저리그를 보고, 이대호·오승환을 통해 일본프로야구도 깊이 이해하는 글로벌 시야를 가졌다. 아무리 화끈한 타력시범을 보여도 한국 야구의 질을 가늠할 정도의 수준은 된다. ‘핸드볼 스코어’란 비아냥이 계속되도록 방치하면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도 어둡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서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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